옥스 운트 주니어 : 시간을 보는 즐거움

스위스 국제시계박물관 관장을 역임하고 율리스 나르당의 전설적인 트릴로지 시계를 만든 루트비히 왹슬린이 그의 아들과 함께 만든 시계 브랜드 옥스 운트 주니어는 매우 단순하지만 독특한 기계식 시계로 관심을 받고 있다.

OCHS UND JUNIOR : PLEASURE OF WATCHING TIME


↑ 데이트 시계

↑ 퍼페추얼 캘린더 시계 브라스 모델

↑ 데이/나잇 선버스트 다이얼

루트비히 왹슬린(Ludwig Oechslin)은 스위스 루체른에서 태어나 바젤대학교에서 고고학과 그리스, 로마 시대의 고대 미술을 공부했고, 베른대학교에서는 천문학과 역사를 공부했다. 이후 이탈리아와 독일, 오스트리아, 체코를 거쳐 취리히연방공과대학에서 수학하면서 틈틈이 시계 제조와 수리를 배웠는데, 1976년부터 1984년까지 루체른에서 앤티크 시계를 수리하고, 프로토타입을 제작하는 슈푀링(Spöring)사에서는 견습생으로 일했다. 이곳에서 그는 롤프 W. 슈니더(Rolf W. Schnyder)와의 역사적인 만남을 가졌다.

 

1983년 율리스 나르당을 인수한 롤프 W. 슈니더는 브랜드의 입지를 세우기 위해 천체 시계를 손목시계로 만들 계획을 세웠고, 루트비히 왹슬린이 이를 실현했다. 그 결과 복잡한 기계장치로 1989년 기네스북에 등재된아스트롤라븀 갈릴레오 갈릴레이’, 1988년 ‘플라네타리움 코페르니쿠스’, ‘텔루리움 요하네스 케플러의 천체 시계 트릴로지를 완성했다. 1992년부터 1996년 슈니더가 이끌던 율리스 나르당의 기술과 생산 분야에서 매니저로 일하면서 마린 크로노미터, 획기적인 투르비용 시계 프릭, 타종시계 소나타 등의 개발에도 관여했다. 루트비히 왹슬린은 이런 풍부한 배움과 경험을 바탕으로 루체른 스위스 교통박물관을 거쳐 2001년부터 2014년까지 스위스 라쇼드퐁의 국제시계박물관(MIH;Musée International d’Horlogerie)에서 큐레이터와 관장으로 근무했다.

 

옥스 운트 주니어는 그런 와중에 설립된 회사다. 출발은 2005년 국제시계박물관을 위해 만든 MIH 시계가 계기가 되었다. 판매 수익금의 일부를 박물관에 배당한다는 조건으로 루체른의 시계

상인 엠버시 주얼(Embassy Jewel AG), 시계제작자 폴 게르베(Paul Gerber)와 함께 제작, 판매했는데, 이 과정에서 단순함을 추구하는 환원주의자로서의 기량을 발휘했다. 날짜, 요일, , /밤 표식을 넣은 이 캘린더 시계는 3시 방향에서 모든 표식을 드러내고 9시 방향에 MIH 로고를 작게 넣은 것 외에 로고나 브랜드 명도 넣지 않았다. 700스위스프랑짜리 시계의 판매 수익금은 박물관 소장품의 복원과 보존에 사용되었고, 이를 계기로 2006년 옥스 운트 주니어를 설립하기에 이르렀다.

 

천재 시계제작자가 선사하는 시간을 보는 즐거움 



↑ 온라인으로 시계를 주문할 수 있는 시스템

↑ 루트비히 왹슬린과 베아트 바인만


↑ 데이/나잇 시계

↑ 퍼페추얼 캘린더 브라스 시계의 부품들

루체른의 엠버시 주얼에서 일한 베아트 바인만(Beat Weinmann)2012년부터 대표로, 율리스 나르당의 대표 파트리크 프뤼니오(Patrick Pruniaux)와 제작팀장 뤼카스 위메르(Lucas Humair) 등이 이사로 일하고 있는 이 회사는 기존의 시계 회사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직원은 루트비히 왹슬린을 포함해 시계 제작과 검수, 수리 담당이 4, 커뮤니케이션 담당이 1명 있을 뿐이다. 당연히 생산량도 많지 않아서 1년에 150~200점에 불과하다.

 

오직 즐거움을 위해 만든 시계 브랜드답게 시장에서 요구하는 스타일은 반영하지 않으며, 매년 새로운 시계를 내놓지도 않는다. 아울러 유니크하지만 매우 단순한 시계를 추구하고, 날짜 등의 기능을 모두 톱니바퀴로 구현하는 기계식 시계이지만 최소한의 장치를 추구한다. 시계의 구입은 오직 루체른 본사와 부티크를 통해서만 가능하고, 2014년부터는오픈 엔디드 커스터마이제이션(Open-ended Customization)’이라는 주문 시스템을 만들어 고객이 주문할 때 크기와 소재, 색상을 정하게 했다. 2017년에는 커스터마이저라는 앱을 만들어 이를 통해 선택 주문할 수 있게 했고, 인터넷으로도 주문이 가능하다. 소량 생산이지만 가격은 대략 650만 원부터 기능에 따라 2300만 원 사이를 오간다.

 

다이얼과 케이스에는 로고도 없고, 각인이나 텍스트도 없다. 그러나 시계 마니아들은 옥스 운트 주니어의 시계라는 사실을 단번에 알 수 있다. 2010년에 내놓은데이트시계는 단순하지만 우아함을 잃지 않는 시계를 제작하려는 그의 의도가 반영되어 있다. 화이트 골드 소재의 다이얼에 950°C의 열을 가해 짙은 회색을 띠게 한 뒤 시침과 분침 외에 31개의 작은 구멍을 뚫어 이것으로 날짜를 표시했다. 이를 구동하는 ETA2824는 티타늄 케이스에 담고 친환경 스트랩을 연결했다. 2012년 소개한애뉴얼 캘린더시계도 매우 단순했다. 초침을 추가했고, 원형 날짜 창 안의 상단에 있는 12개 구멍으로 월을, 하단에 있는 7개 구멍으로 요일을 표시했다. 2013년에 소개한문 페이즈모델은 기존에 볼 수 없던 방식을 보여주었다. 초승달 형태의 창 안에 있는 달이 월령을 나타내는데 3,478.27년에 1일 오차가 날만큼 정확한 문 페이즈다. 2016년에는 퍼페추얼 캘린더를 소개했다. 이 역시 작은 원들이 날짜에서부터 윤년까지 표시한다. 최소한의 부품을 사용하는 것을 고집해 매우 복잡하다는 이 기능도 9개의 부품을 더했을 뿐이다.

 

2017년에는 고객이 직접 자신의 퍼페추얼 캘린더 시계를 만들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10주간의 준비 기간과 2일의 제작 과정을 경험하기 위해 고객은 추가로 4000스위스프랑을 공방 비용으로 지불하면 된다. 2018년에 선보인 시계는 낮/밤을 표시하는데이/나잇모델이다. 6시 방향에 날짜 창을 두고 3시와 9시 사이에서 낮과 밤을 표시하는데, 해와 달의 위치를 알 수 있고, 그에 따라 일출과 일몰 시간, 달의 월령까지 알 수 있다.

 

르네상스맨이라 불릴 만큼 여러 분야에 박식한 천재적인 시계제작자가 만든 극도로 단순하지만 많은 기능을 담고 있는 옥스 운트 주니어는 기계식 시계의 역사에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