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시간을 동시에 알려주는 월드 타임에 대한 심층 탐구


↑ 파텍 필립 Ref.1415


WORLD TIME : WE ARE THE WORLD

 

24개에 달하는 세계 여러 나라의 시간을 동시에 알려주는 월드 타임은 동시에 2개의 시간을 알려주는 GMT보다 더 복잡한 기능이다. 월드 타임 시계는 어떻게 탄생했고 발전했을까? 기능 구현과 보는 방법에 대해 살펴봤다. 



↑ 롤렉스 Ref.4262

↑ 루이 고티에


1884년 국제자오선회의를 통해 지구는 24개 시간대로 나눠졌다. 이를 기반으로 2개 이상의 시간대를 보여주는 듀얼 타임, 투타임존, GMT 시계들이 나왔다. 별도의 시침, 분리된 서브 카운터를 통해 다른 시간대를 표시하는 것이다. 그러나 24개 시간대를 한눈에 보여주는 방식이 먼저 출현했는데, 그것이 바로 월드 타임 시계다. 이 시계의 모태는 시계 다이얼에 여러 지역 명을 표기한 17세기 지리학(Geographical) 도구로부터 시작한다.

오늘날 사용하는 월드 타이머의 전시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활동한 루이 코티에(Louis Cottier)로 거슬러 올라간다. 시계제작자였던 그의 아버지 에마뉘엘 코티에(Emmanuel Cottier)는 1885년 이미 월드 타임 장치를 구상했고, 그의 재능을 물려 받은 아들 루이 코티에는 이를 완벽하게 구현했다. 예거 르쿨트르에서 일한 적이 있는 그는 아내가 운영했던 가게 한쪽에서 시계 개발에 몰두했고, 그 결과 1930년에 ‘세계 시간(Heures Universelles)’이라는 프로토타입을 발명해 이듬해 시계로 선보였다. 다이얼 중앙에는 시와 분을 표시하는 시각 표시를 고정해두고, 주위에 회전 가능한 낮과 밤, 24시간을 표시한 디스크를, 다이얼 맨 가장자리에는 시간대를 대표하는 주요 도시명을 적은 디스크를 배치했다. 현지 시각을 설정하고12시 방향에 현재 위치한 도시명을 놓으면 다른 곳의 시간까지 쉽게 알 수 있었다. 그의 발명품은 이내 여러 브랜드의 관심을 끌었다.


월드 타임의 선구자, 루이 코티에

바쉐론 콘스탄틴은 1932년 루이 코티에에게 제작을 의뢰해 브랜드 최초의 월드 타이머인 ‘Ref.3372’를 내놓았다. 24개 시간대, 31개 주요 도시명을 표기한 1933년산 시계는 2014년 소더비 경매에 나와 추정가의10배인 30만 5,000스위스프랑에 낙찰되기도 했다. 1937년 파텍 필립도 그에게 의뢰해 ‘Ref.96 HU’, ‘Ref.515 HU’ 등의 프로토타입 시계를 만들었다. 초기 도시 디스크의 조정은 제작자에게 맡겨야 했는데, 파텍 필립 Ref.1416 HU는 도시명을 외부 회전 베젤로 옮겨 고객이 직접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파텍 필립은 월드 타임 시계를 계속 발전시켜 2000년 Ref.5110을 시작으로 크로노그래프, 미닛리피터를 결합한 월드 타임 시계까지 내놓고 있다. 반면 현재는 더 이상 볼 수 없지만 롤렉스도 루이 코티에 방식을 적용해1945년 사모아와 하와이를 추가해 32개 도시명을 표기한 회중시계 Ref.4262를 소개하기도 했다.

같은 해 루이 코티에는 에른스트 바우만 등 스위스 시민대표의 의뢰로 제2차 세계대전의 종전을 축하하며 윈스턴 처칠, 해리 트루먼, 이오시프 스탈린, 샤를 드 골에게 선물할 시계들을 제작했다. 클루아조네 에나멜로 완성한 다이얼 위에는 승리를 의미하는 삼지창을 시침으로 두고 있으며, 백 케이스에는 처칠의 이름과 승리를 의미하는 V자를 크게 배치한 윈스턴 처칠의 시계는 2015년 소더비 경매에 나와 75만 1556달러에 낙찰되었다. 그리고1953년에는 시계를 열지 않고도 두 번째 크라운으로 도시명 디스크를 회전시킬 수 있는 시스템도 개발했다. 월드타임 기능을 보다 쉽게 조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생전에 그는 455점의 시계를 제작했고, 지금까지 월드 타임의 선구자로 추앙받고 있다.


↑ 그뤼벨 포시의 GMT 어스

↑ 37개 시간대를 표시한 바쉐론 콘스탄틴 트래디셔널 월드 타임

가장 실용적인 컴플리케이션

24시간대와 섬머타임을 넘어 더 많은 시간대를 표시하는 시계들도 있다. 바쉐론 콘스탄틴의 트래디셔널 월드 타임은 37개 시간대를 표시한다. 글라슈테 오리지널의 ‘세나터 코스모폴리트’도37개 시간대를 보여주는데, 도시명이 아닌 국제항공교통국(IATA:International Air Transport Association)의 지역 코드를 기반으로 한 표기가 눈길을 끈다. 이처럼 작은 창으로 도시명을 표기하는 시계로는 까르띠에 ‘톡튀 멀티타임존’이나 예거 르쿨트르 ‘마스터 지오그래픽’, 브레게 ‘클라시크5717 오라 문디’ 등을 들 수 있다.

보베1822의 ‘레시탈17’은 도시명과 연동되는 3개의 시간대를 보여주는데, 레시탈18 더 슈팅 스타에서는 지구본을 적용했다. 그뤼벨 포시의 ‘GMT 어스’도 지구본을 넣어 낮과 밤, 24시를 표시하고 세계 시간은 백 케이스를 통해 알려주고 있다. 티쏘는 조금 다른 스타일의 월드 타임 시계를 제작했다. 1953년 ‘내비게이터’라는 이름으로 소개한 시계는 다이얼 가운데에 도시명을 표기한 디스크를 넣었다. 2013년 티쏘는 브랜드 설립 160주년을 기념하면서 헤리티지 내비게이터라는 이름의 복각 모델을 내놓기도 했다.

투르비용, 미닛리피터 등 기계식 시계의 기술력을 보여주려는 컴플리케이션으로 각축전을 벌이던 시대는 가고 이제 실용주의가 우선시되면서 월드 타임 기능은 더 많은 주목과 사랑을 받을 것이다. 그 어떤 스마트 워치나 휴대폰보다 세계 시간을 재빨리 알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 브라이틀링 트랜스오션 유니타임 파일럿

↑ 글라슈테 오리지널 세나터 코스모폴리트


↑ 티쏘 헤리티지 내비게이터 160주년 에디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