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T : 여행자를 위한 실용적인 기능


GMT : DISPLAYING TWO TIME ZONES

 

GMT, UTC, 월드 타임 등 다른 지역의 시간을 동시에 알려주는 시계들이 있다. 그중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쓰이는 GMT는 어떤 것일까? 


↑그뤼벨 포시 GMT 어스

 

오늘날 우리가 쓰는 시간의 개념은 천체의 변화로부터 유래했다. 인류는 밤하늘에 가득한 별들의 위치가 바뀌고 계절이 변화하며 낮과 밤이 교차하는 곳에서 일정한 흐름을 발견했고, 이를 통해 달력과 시간의 법칙을 만들었다. 특히 태양은 시간을 측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태양이 하늘의 가장 높은 지점에 있을 때를 정오라 부르고, 다음 정오까지를 1일로 보았는데, 이 주기가 태양시의 기준이 된다. 그런데 문제는 지구가 둥글게 자전하기 때문에 경도에 따라 태양시가 달라진다는 점이었다.


19세기 전까지 각 지역은 독자적인 태양시를 사용했다. 해시계를 이용해 바늘 그림자가 드리워진 위치로 시간을 가늠했고, 이는 실제로 현지 시간과 일치했다. 당시에는 각 지역마다 시간 차이가 나는 일이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수세기 동안 전쟁이나 무역에 관련된 사항이 아니면 지역마다 그다지 교류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19세기가 시작되면서부터 상황이 바뀌었다. 기차라는 빠른 교통수단이 등장해 더 먼 곳으로 더 빨리 여행하는 일이 가능해졌고, 우편과 편지가 아닌 전신이라는 새로운 통신수단이 발명됨에 따라 정보와 소식의 교류가 빨라지게 되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각 지역마다 쓰던 시간이 큰 혼란을 일으키게 되었다. 특히 철도망이 확장되면서 철도 회사들은 노선의 기차역마다 단일 시간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철도용 회중시계는 철도 회사에서 인증받은 곳에서만 시간을 설정하고 사용자가 시간을 설정하지 못하도록 잠금장치를 걸기도 했다. 그러나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했다. 바로 표준시를 정하는 일이었다.


↑ 1950년대 롤렉스 GMT-마스터의 홍보용 책자 커버


시간대를 나누고 표준시를 정하다

1847년 영국 철도국은 런던을 기점으로 하는 그리니치 표준시(GMT; Greenwich Mean Time)를 기준으로 삼았다. 이후 다른 나라들도 각자의 상용시(Civil Time)를 도입하기 시작했고, 1868년 뉴질랜드는 최초로 전국적으로 표준시를 적용하기도 했다. 각 나라가 표준시를 통일한다고 해도 나라별로 또 다른 협약이 필요했다. 이 협약은 가까운 나라끼리 맺기 시작했는데, 광활한 북아메리카 지역에 걸쳐 있는 미국과 캐나다의 철도회사는1883년 지역을 5개 시간대로 나눠 철도를 운행했다. 바야흐로 시간대(Time Zone) 개념이 도입되었던 것이다.


↑몽블랑 타임워커 크로노그래프 UTC

나라뿐만 아니라 지구 전체에도 시간대를 적용할 필요가 요구되었다. 이에 따라 국제 자오선 콘퍼런스가 열렸고, 1884년 10월 13일 미국 워싱턴에서 표결에 이르게 되었다. 브라질과 칠레, 스위스, 러시아, 일본, 스페인 등의 25개 참가국 대표들은 지구를 15도씩 분할해 24개 시간대로 나누고 영국 그리니치의 자정을 만국 표준시의 기준으로 정했다. 이로써 그리니치 표준시는 오랜 기간 세계 시간의 기준이 되었다.


↑파텍 필립 칼라트라바 파일럿 트래블 타임


여행자를 위한 실용적인 기능   

기계식 시계에서GMT 기능은 어떻게 움직이고 표시할까? 다중 시간대를 나타내는 시계의 대부분은 24시간대 기준으로 분은 동일하다는 전제를 두고 시침을 2개 얹은 형태로 구현한다. 때로는 숫자 디스크를 넣은 점핑 아워 방식이나 서브 다이얼로 보여주기도 하지만 보편적이지는 않다. 여행 도착지의 현지 시간(로컬 타임)을 주 위치에서 보여주고 기준이 되는 거주지 시간(홈 타임)을 서브로 보여준다. 일반적인 방식은 기존 시침과 같은 축에 형태나 색을 달리한 또 다른 시침을 같은 축에 넣고 베젤에24시 표식을 넣어 보여주는 식이다.


↑위블로 빅뱅 유니코 GMT


만약 12시간계로 표시한다면 낮/밤 표식을 추가로 넣는다. 무브먼트 내부에는 GMT 휠을 부가해 조정하는데, 주로 푸시 버튼이나 크라운으로 조정한다. 그러나 초창기에는 24시간을 표시한 회전 베젤로 시간대를 추적할 수 있도록 만든 정도였다. 1953년 항공시계로 각광받은 글리신(Glycine)의 ‘에어맨’이 그 예다. 1954년 롤렉스는 이를 보다 발전시켰다. 판아메리카 항공사와 협력해 장거리를 비행하는 조종사를 위해 만든 ‘GMT-마스터 Ref. 6542’는 별도의 빨간색 GMT 핸즈를 두고 있다. 그러나 이 핸드는 독립적으로 조정할 수가 없다. 크라운의 위치 조정을 통해 독립적으로 시침을 맞출 수 있게 된 것은1983년 GMT-마스터 II가 생산된 뒤부터다. 이를 통해 베젤까지 이용하면 3개의 시간대도 가늠할 수 있다. IWC와 몽블랑, 라도 등은 UTC 시계를 선보이고 있지만 방식은 동일하다.


↑파네라이 루미노르 두에 3데이즈 GMT


실용적인 기능의 GMT 시계는 점차 진화하고 있다. 위블로의 ‘빅뱅 유니코GMT’는 크라운과 별도의 푸셔로 쉽게 조정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브레게의 ‘트래디션GMT Ref. 7067’도GMT 핸즈 대신 8시 방향에 별도의 서브 다이얼을, 9시 30분 방향에 낮/밤 표식을 두고 10시 방향의 푸셔로 조정하게 만들었다. 율리스 나르당의 ‘듀얼 타임 매뉴팩처’, 파텍 필립의 ‘칼라트라바 파일럿 트래블 타임’처럼 2개의 푸셔로 숫자를 더하고 빼는 조작을 편리하게 만든 시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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