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N PHASE: THE ENCHANTING FLOW OF THE MOON

문 페이즈는 단순히 달의 바뀌는 모습을 표시하는 것이 아닌 29일 12시간 44분 주기의 달의 공전주기를 다이얼 위에 구현한 복잡하고도 세밀한 기능이다. 뿐만 아니라 미학적으로도 아름다워 시계의 가치를 높여주는 기능 중 하나다. 남녀를 불문하고 가장 사랑받는 천문 컴플리케이션인 문 페이즈에 대해 좀 더 심층적으로 알아보자.

↑랑에 운트 죄네의 문 페이즈 디스크.

정확한 시간을 알기 위한 노력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시작되었다. 고대인들은 해와 달, 별자리 등 천체의 움직임을 보며 시간의 변화를 인지했고, 이를 관측해 정확한 시간을 알고 싶어했다. 1901년 그리스의 안티키테라 섬 앞바다의 난파선에서 발견된 안티키테라 메커니즘(Antikythera Mechanism)은 기원전 1~2세기경 그리스인들이 태양계 행성과 달 등의 운행 주기를 계산하는 데 사용한 인류 최초의 천체 관측 기계다. 유럽의 천문시계보다 1500여 년이나 앞선 시기에 제작된 안티키테라 메커니즘을 통해 인류가 얼마나 천체를 연구하고 정복하려 했는지 알 수 있다. 달에 대한 인류의 동경은 더 특별했다. 안티키테라 메커니즘을 만든 그리스인보다 더 이전에 메소포타미아인들은 달의 차고 기울기에 따른 태음력을 만들었다. 또한 수많은 문화권에서 보름달이 뜨는 날이면 특별한 의식을 진행했고, 실제로도 달은 인간을 포함해 지구의 생명체에 큰 영향을 미쳐왔다. 

↑유럽 도시에 설치된 천문 첨탑시계.

시간을 알려주는 기계 안에 천체를 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13세기 이후 유럽 도시의 광장과 성당의 첨탑에 설치된 대형 시계 중에는 천문시계가 특히 많았다. 이 천문 시계들은 점차 대형 괘종시계(Grandfather Clocks), 벽시계, 탁상시계 등으로 크기가 작아지고 기능이 간소화되었다. 그중 문 페이즈는 서서히 독립 기능으로 시계에 장착되었는데, 16세기 독일과 영국에서 제작되었던 대형 괘종시계의 다이얼 상단에 아치 형태의 창을 통해 달의 움직임을 표시했다. 이후 포켓 워치의 시대부터는 문 페이즈는 더욱 소형화되었다. 

↑1762년 토마스 머지가 공개한 퍼페추얼 캘린더 메커니즘을 탑재한 포켓 워치.

↑브레게 No. 5

1762년 영국 시계제작자 토머스 머지(Thomas Mudge)가 퍼페추얼 캘린더 메커니즘을 개발한 후 문 페이즈는 퍼페추얼 캘린더와 함께 탑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브레게의 ‘No. 5’와 같은 몇몇 포켓 워치는 독립적으로 사용되었다. 1794년 제작된 No. 5는 문 페이즈와 쿼터 리피터, 파워 리저브 인디케이터를 한데 결합했으며, 문 페이즈의 달에 사람의 눈, 코, 입을 새겨 의인화했다. 당시 포켓 워치에 장착된 문 페이즈 속의 달은 의인화한 것이 대부분이었고, 이러한 디자인 스타일은 20세기 초까지 이어졌다.

기계식 시계의 부활과 함께 주목받은 문 페이즈 

↑블랑팡의 칼리버 6395를 장착한 손목시계.

20세기 초 손목시계의 시대가 시작되었을 때도 문 페이즈는 여전히 퍼페추얼 캘린더와 애뉴얼 캘린더 주요 기능 중 하나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문 페이즈가 시계에 독립 기능으로 장착되기 시작된 시기는 1990년대 기계식 시계의 전성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부터다. 드레스 워치를 선호하는 남성을 위해 문 페이즈 기능을 장착한 클래식한 시계를 선보이는 브랜드가 점차 늘어났다. 최근에는 여성의 기계식 시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여성용 문 페이즈 시계가 계속 출시되고 있다. 서정적인 스토리와 반짝이는 다이아몬드, 머더 오브 펄 등과 만난 문 페이즈는 여성 시계를 대표하는 컴플리케이션으로 자리 잡았다. 

↑자케드로 그랑 스공 문

↑롤렉스 첼리니 문 페이즈

문 페이즈가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각 브랜드마다 이를 보여주는 방식도 더욱 다양해졌다. 더욱 드라마틱한 밤하늘을 재현하기 위해 라피스 라줄리 소재를 사용하기도 하고, 달 주변에 컬러 프린팅이나 골드 도금으로 별을 표현하기도 한다. 18세기의 시계처럼 달을 의인화하기도 하는데, 블랑팡과 브레게가 대표적이다. 이 외에도 달의 실제 표면처럼 오돌토돌한 질감을 재현하거나 머더 오브 펄 위에 3D 프린팅을 하는 등 사실적으로 달을 묘사하기도 한다. 롤렉스의 ‘첼리니 문 페이즈’에서는 우주에서 떨어진 운석의 조각을 문 페이즈의 달로 사용해 특별함을 더했다.

문 페이즈의 원리, 그리고 오차를 줄이기 위한 경쟁

↑쇼파드 L.U.C 루나 원

↑파네라이 라스트로노모 루미노르 1950 투르비용 문페이즈 이퀘이션 오브 타임 GMT

고급시계재단(FHH)에 따르면 문 페이즈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달의 순환을 재현한 문 페이즈는 퍼페추얼 캘린더의 주요 기능이지만 포켓 워치 또는 손목시계의 다이얼에 단독으로 나타낼 수 있다. 문 페이즈는 디스크 또는 인디케이터, 드물게는 핸즈로 표시하며, 보통 2개의 달이 그려진 디스크가 59개 톱니바퀴의 회전에 의해 움직인다.”

↑오데마 피게 로열 오크 퍼페추얼 캘린더

↑바쉐론 콘스탄틴 트래디셔널 크로노그래프 퍼페추얼 캘린더

이와 같이 문 페이즈는 2개의 달을 대칭으로 장식한 디스크가 약 59일에 한 바퀴씩 회전한다. 실제로 달의 움직임은 지구 시간의 흐름과 정확히 일치하지 않으므로 문 페이즈 기능은 정교한 계산을 필요로 한다. 달의 공전주기는 평균 29일 12시간 44분 2.8초다. 보통 이 주기를 29.5일로 잡는데, 나머지 44분 2.8초의 오차, 즉 2년 7개월 20일에 하루씩 발생하는 오차는 피해갈 수 없다. 따라서 2년 반 만에 한 번씩 수동으로 조정해 동기화시켜야 한다. 오차를 더 줄인 문 페이즈는 135개 톱니를 가진 기어를 넣어 122년간 1일 정도의 오차만을 나타내기도 하며, 이보다 더 정확한 문 페이즈 메커니즘도 있다. 

↑예거 르쿨트르 듀오미터 스페로 투르비용 문

↑안드레아스 슈트렐러 소테렐 아 륀느 퍼페추얼 캘린더

IWC ‘다 빈치 퍼페추얼 캘린더 크로노그래프’의 문 페이즈는 577.5년에 하루, 랑에 운트 죄네 ‘리차드 랑에 퍼페추얼 캘린더 테라루나’는 1058년에 하루의 오차를 나타낸다. 예거 르쿨트르는 ‘듀오미터 스페로 투르비용 문’으로 3887년에 하루 오차라는 놀라운 기술력을 실현했다. 이 밖에도 천체 시계를 제작해온 네덜란드의 크리스티안 판 데르 클라우(Christiaan Van Der Klaauw)가 제작한 ‘리얼 문 주르’는 1만 1000년에 단 하루의 오차를 낸다. 현재 가장 정확한 문 페이즈 시계는 독립 시계제작자 안드레아스 슈트렐러(Andreas Strehler)가 2014년 선보인 ‘소테렐 아 륀느 퍼페추엘’인데, 이 시계의 문 페이즈는 206만 757년에 하루 오차를 나타내 2015년 1월 ‘세계에서 가장 정확한 문 페이즈 시계’로 기네스북 세계 기록에 등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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