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AKE-MARIN: BEHIND THIS UNIQUE NAME

독립 시계제작자가 브랜드를 설립하고 유지해나가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회사가 성장해 전문적인 경영이 필요하게 될수록 한 사람만의 능력과 비전으로 회사를 이끌어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독자적인 디자인을 구축하며 이름을 알려온 스피크 마린 역시 여러 이유로 더 이상 설립자 피터 스피크 마린과 함께하지 못하게 되었지만 그가 만든 스피크 마린은 계속해서 브랜드의 역사를 이어나가고 있다.

↑브랜드 설립자 피터 스피크 마린.

영국 출신의 독립 시계제작자 피터 스피크 마린(Peter Speake-Marin)은 주얼리를 먼저 배웠으나 점차 기계식 시계에 대한 관심이 갖게 되었다. 1985년 런던의 해크니 기술대학(Hackney Technical College)과 스위스의 뇌샤텔에 위치한 시계 학교 워스텝(WOSTEP)을 졸업한 이후 귀국해 런던에 있는 ‘워치스 오브 스위스’와 피아제, 오메가 등 여러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앤틱 시계들을 복원하기에 이르렀다. 

1996년 스위스로 이주해 무브먼트 제조사로 유명한 르노 에 파피(Renaud et Papi)에 합류한 스피크 마린은 4년간 하이 컴플리케이션 시계를 개발했고, 2000년 제네바 근처에 공방을 설립하고 독립 시계제작자로 나섰다. 기본이 된다는 의미로 ‘파운데이션 시계’라는 이름을 붙인 첫 시계는 투르비용을 탑재한 회중시계였다. 이후 그는 타종 시계를 수공으로 만들었는데, 이를 계기로 독립시계제작자협회(AHCI)의 회원이 되었다. 

↑피터 스피크 마린.

↑스피크 마린의 상징적인 피커딜리 케이스와 다이얼, 무브먼트 등의 부품들.

2002년부터는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로 시계를 소개하기 시작했다. 가느다란 로마자 인덱스와 스페이드 모양의 블루 핸즈는 스피크 마린 시계의 시그너처가 되었고, 커다란 크라운과 스트랩을 나사로 고정한 러그 등이 특징인 케이스는 그가 주로 활동한 런던 지역인 피커딜리(Piccadilly)에서 이름을 따 ‘피커딜리 케이스’라 불리게 되었다. 2004년 스피크 마린은 뱀 모양의 서펀타인(Serpentine) 핸즈가 날짜를 알려주는 ‘서펀트 캘린더(Serpent Calendar)’ 시계와 시곗바늘이 하나뿐인 ‘시모다(Shimoda)’, 2005년 퍼페추얼 캘린더와 빈티지 투르비용, 2006년부터는 일본 마키에나 조각, 스톤 등의 공예 기법이 들어간 다이얼의 예술 시계(Cabinet des Mystères) 시리즈를 차례로 내놓았다.

워치메이킹을 위한 스피크 마린의 열정 

↑피터 스피크 마린이 무브먼트 개발에 참여한 MB & F의 'HM °1'.

↑다이얼에 독보적인 인그레이빙 기술력을 접목시킨 '원 & 투 드래곤 그레이 다이얼'.

↑'원 & 투'의 오픈 워크 다이얼 모델.

독자적인 자신만의 디자인 세계로 이름을 알리면서 스피크 마린은 다른 시계 브랜드와의 협업도 활발하게 진행했다. 2006년에는 해리 윈스턴(Harry Winston)과 협업해 투르비용 시계를 개발했는데, 이는 오푸스 시리즈와 별도로 해리 윈스턴의 레어 타임피스로 자리 잡았다. 이 시계는 4Hz의 진동수에 2개 배럴로 110시간 파워 리저브를 구현하는데, 색다른 점은 동력이 25시간 정도로 줄어들면 별도의 경고용 파워 리저브 인디케이터가 이를 알려준다는 것이다. 2009년에는 메트르 뒤 탕(Maîtres du Temps)의 챕터 원과 챕터 투 시계를 개발하기도 했다. 크리스토퍼 클라레, 로저드뷔 등과 함께 고안한 챕터 원은 크로노그래프와 투르비용을 결합한 컴플리케이션 시계였다. 

↑2016년 선보인 '서펀트 캘린더' 시계.

↑스피크 마린의 앰배서더로 활약 중인 배우 피어스 브로스넌.

이때까지만 해도 스피크 마린은 대부분의 시계에 에타(ETA) 무브먼트를 수정해 사용했는데, 2009년 인하우스 무브먼트 제작으로 완성한 칼리버 SM2가 ‘마린’ 시계에 탑재되었다. 이후 2011년 오토매틱 무브먼트를 탑재한 ‘스피릿 파이오니어’, 2012년 투르비용과 타종 기능을 결합한 ‘르네상스’, 2016년 ‘런던 크로노그래프’, 2017년 ‘블루 시파이어’, ‘브라운 윙 코맨더’ 등 다양한 기능과 이름을 가진 시계를 차례로 소개했다. 2017년에는 SIHH의 카레 데 오를로제르에 참여해 신제품을 공개하며 브랜드를 홍보했다. 

↑'런던 크로노그래프'의 2018년 새로운 모델.

스피크 마린 회사는 한때 자금난에 시달리다가 수소문 끝에 프랑스 투자회사와 손잡았다. 기계식 시계 시장이 성장하면서 회사는 안정적으로 돌아섰지만 정작 피터 스피크 마린은 2017년 자신이 만든 브랜드를 떠났다. 같은 해 9월 네이키드 워치메이커라는 또 다른 회사를 설립한 그는 새로운 사업을 통해 복원과 컨설팅, 글쓰기 경험을 살려 시계제작자의 눈으로 풀어낸 시계 도해와 시계 업계 사람들의 인터뷰를 담는 일종의 디지털 시계 제작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창립자는 떠났지만 스피크 마린은 2018년 ‘블랙 시파이어’와 ‘블랙 윙 코맨더’를 내놓으며 브랜드의 역사를 굳건히 이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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