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ONIC WATCH] PATEK PHILIPPE NAUTILUS : SPORTING ELEGANCE

파텍 필립의 대표적 스테디셀러인 노틸러스는 1976년 탄생 이후 40년 이상 동안 동일한 방향성을 유지하며 다양한 모델을 출시해왔다. 모서리를 둥글게 다듬은 독특한 팔각 베젤과 다이얼의 수평 양각 무늬가 바다의 함선을 떠올리게 하는 노틸러스의 탄생 스토리와 변천사를 만나보자.

↑1976년 제작된 첫 번째 노틸러스 Ref. 3700/1A.

1976년 첫선을 보인 파텍 필립의 스포츠 시계 ‘노틸러스’는 출시와 동시에 커다란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당시는 모두 얇고 클래식한 디자인의 골드 시계를 개발해 생산하던 시기였다. 직경 42mm의 스테인리스 스틸로 제작한 노틸러스의 등장은 럭셔리 워치메이킹의 오랜 관습에 대한 도전이었다. 노틸러스의 수심 120m 방수 기능도 당시에는 매우 획기적인 성능이었다. 노틸러스는 모서리를 둥글게 다듬은 베젤, 케이스 양옆의 경첩 장식 등 고유의 디자인은 유지하되 플래티넘, 로즈 골드, 화이트 골드, 투톤 콤비네이션, 다이아몬드 장식, 컴플리케이션 등 다양한 버전의 남녀 모델로 컬렉션을 확장했다. 출시 당시에는 트렌드를 벗어난 혁신으로 꼽혔지만, 점차 클래식 스포츠 시계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한 노틸러스는 칼라트라바와 함께 파텍 필립의 대표적 스테디셀러로 수많은 시계애호가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노틸러스 탄생의 역사적 배경 

↑Ref. 3700/1A의 회갈색 다이얼 모델.

노틸러스의 힘을 충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노틸러스가 출시된1976년의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1970년대 중반은 사회, 경제, 정치, 그리고 문화적으로 대변동이 일어나던 시기다. 전쟁 후 수년간 유지되던 침울한 분위기가 서서히 물러나고 마침내 활기가 감돌기 시작했고, 컴퓨터 산업이 시작되던 혁명의 시기이기도 했다. 경제적, 문화적 풍족함 속에서 많은 이들이 유쾌한 인생을 모토로 삼았고, 장거리 여행과 각종 취미, 특히 다양한 스포츠를 즐기는 이들이 크게 늘어났다. 

당시 파텍 필립은 3대째 가족 경영을 지켜가고 있었다(현재는 4대째 가족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1932년 샤를 스턴(Charles Stern)과 장 스턴(Jean Stern) 형제가 파텍 필립을 인수한 이후 1970년대에는 샤를 스턴의 아들인 앙리 스턴(Henri Stern)이 경영을 이끌었다. 앙리 스턴의 아들인 필리프 스턴(Philippe Stern)은 이미 이사급 지위에서 가업을 이을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필리프 스턴은 그 시대의 전형적인 인물로, 제네바 호수에서 열린 보트 경기에 참여하는 등 열정적으로 레가타를 즐겼다. 그리고 이 같은 점은 노틸러스가 탄생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당시 에너지가 넘치던 사회 분위기는 새로운 시계를 선보이기 아주 적절한 시기였다. 노틸러스에 앞서1972년 오데마 피게에서 로열 오크를 선보이며 ‘럭셔리 스포츠 워치’라는 개념이 탄생하기도 했다. 앙리 스턴은 파텍 필립의 137년 역사에서 최초로 스포츠 시계를 출시하기로 결정했고, 디자이너 제랄드 젠타(Gérald Genta)를 찾아갔다. 20세기를 통틀어 가장 천부적 재능을 가진 디자이너로 꼽히는 제랄드 젠타는 로열 오크를 디자인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제랄드 젠타는 배의 현창(채광과 통풍을 위해 뱃전에 낸 창문)에서 영감을 받아 파텍 필립을 위한 새로운 디자인을 스케치했고, 그와 긴밀하게 협업한 파텍 필립은 1976년 마침내 노틸러스의 최초 모델인 Ref. 3700/1A를 세상에 선보였다. 

↑노틸러스 빈티지 광고.

노틸러스를 출시하며 파텍 필립은 광고에 다음과 같은 문구로 노틸러스를 소개한 바 있다. ‘세계에서 가장 값비싼 시계 중 하나는 스틸로 만들어졌다(One Of The World’S Costliest Watches Is Made Of Steel)’. ‘이 시계는 잠수복과도 어울리고, 턱시도와도 어울린다(It Goes With A Wetsuit As Well As With A Tuxedo)’. 당시 유행하던 얇은 골드 시계와 달리 큼직한 스테인리스 스틸로 제작한 이 시계는 기존의 시계들과 완전히 차별화됐고, 강인한 형태의 외관과 수심120m 방수 성능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바다를 연상시키는 상징적 디자인

노틸러스라는 명칭은 두족류(Cephalopod) 연체동물의 하나인 앵무조개를 의미하기도 하고, 프랑스 작가 쥘 베른(Jules Verne)의 고전 과학소설 『해저 2만 리』에 등장하는 잠수함의 이름이기도 하다. 어떤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든 바다와의 연결고리를 환기시키는 노틸러스는 외관에서 한눈에 바다와 함선을 연상시킨다. 

이는 노틸러스의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인 9시와 3시 방향에 있는 2개의 경첩 장식과 함선의 전형적인 둥근 창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베젤 형태 때문이다. 이 경첩 장식은 현창을 통해 물이 침투하는 것을 막기 위한 장금장치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전통적인 시계 케이스가 3개의 층으로 구성된 데 반해 노틸러스는 모노블록 케이스와 베젤이 경첩에 의해 연결된다. 2개의 귀와 같은 모습을 한 이 경첩 디자인은 모서리가 둥근 팔각 베젤과 함께 노틸러스만의 시그너처 디자인으로 자리 잡았다. 

파텍 필립은 최초의 모델인 Ref. 3700/1A을 스테인리스 스틸로 제작하면서 표면을 고급 피니싱 기법으로 처리했다. 베젤의 표면은 매트하면서도 섬세한 결이 살아 있는 새틴 브러시드, 베젤 끝부분의 경사면은 매끈한 광택이 나는 미러 폴리시드로 피니싱했다. 또 케이스와 통합된 일체형 브레이슬릿의 링크에도 서로 대조되는 피니싱 처리를 더했다. 

노틸러스를 상징하는 또 하나의 특징은 다이얼 디자인이다. 다이얼을 블루 컬러로 처리한 Ref. 3700/1A에서도 찾아볼 수 있듯 다이얼 중앙에서 바깥쪽으로 갈수록 푸른색이 점점 진해지며, 다이얼 전체에는 수평 줄무늬를 양각으로 새겼다. 그 위의 심플한 바톤 인덱스와 핸즈에는 어둠 속에서도 시간을 읽을 수 있도록 야광 물질로 코팅했다.

40년 이상 현대성을 유지한 노틸러스

노틸러스의 첫 번째 모델인 Ref. 3700/1A은 직경 42mm의 큼직한 사이즈로 시계애호가들 사이에서 ‘점보(Jumbo)’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스테인리스 스틸로 제작한 첫 모델 이후 시, 분 기능과 3시 방향의 날짜 창을 갖춘 노틸러스 Ref. 3700 시리즈는 골드, 스틸 & 골드 콤비, 회갈색 다이얼 등으로 변주되며 1990년까지 지속적으로 생산되었다. 

↑1981년 미드 사이즈로 제작된 Ref. 3900/1.

노틸러스는 이후 케이스의 크기나 소재, 다이얼의 컬러를 변주하거나 다른 기능을 추가한 다양한 모델로 컬렉션을 확장했다.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노틸러스는 주로 작은 크기로 재해석되었다. 1980년 여성을 위한 직경 27mm의 골드 모델인 Ref. 4700/51J을 비롯해 1981년 선보인 Ref. 3800/1와 Ref. 3900/1 모두 한층 작은 크기로 선보였다.
1996년에는 노틸러스 고유의 특징을 변경한 이색적인 2가지 모델이 등장했다. 한 가지는 바톤 인덱스 대신 로마숫자 인덱스를 사용한 Ref. 3800/1J이고, 또 한 가지는 노틸러스 최초로 가죽 스트랩을 매치한 Ref. 5060/S이다. 특히 이 가죽 스트랩의 Ref. 5060/S는 다음해인 1997년 노틸러스보다 좀더 젊고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출시된 스포츠 워치 ‘아쿠아넛(Aquanaut)’의 전조가 되었다. 1998년에는 노틸러스의 첫 번째 컴플리케이션 모델로서 12시 방향에 IZR(Indication de Zone de Remontage)이라 부르는 와인딩 존 인디케이터를 갖춘 Ref. 3710/1A가 추가되었다. 

↑2005년 노틸러스의 첫 번째 크로노그래프 모델 Ref. 3712/1.

2004년에는 초기 점보 모델과 비슷한 외관의 Ref. 3711/1G가 출시되었는데, 초기 솔리드 백과 달리 시스루 백 케이스로 현대성을 가미했다. 2005년에는 최초로 문 페이즈와 파워 리저브 인디케이터를 적용한 Ref. 3712/1A가 등장했다. 2006년에는 노틸러스의 출시 30주년을 기념하며 노틸러스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변화시켰다. 2개 부분으로 이루어졌던 케이스를 3개 파트를 조립하는 방식으로 대체한 것이다. 

↑2006년 화이트 다이얼 모델 Ref. 5711/11.

↑2006년 크로노그래프 모델 Ref. 5980/1.

파텍 필립은 이를 적용해 초기 블루 다이얼의 스테인리스 스틸로 제작한 점보 모델을 재현한 Ref. 5711/1, 이와 동일한 모델을 중간 크기로 다운사이징한 Ref. 5800/1, 플라이백 크로노그래프 모델인 Ref. 5980/1, 문 페이즈와 날짜 기능의 Ref. 5712/1 등 4가지 30주년 기념 에디션을 소개했다. 

↑2009년 가죽 스트랩을 매치한 여성 모델 Ref. 7010R.

↑2012년 애뉴얼 캘린더 모델 Ref. 5726/1.

↑2014년 트래블 타임 모델 Ref. 5990/1.

2009년에는 제랄드 젠타와 다시 한 번 협업해 여성을 위한 작은 크기의 노틸러스 디자인을 섬세하게 다듬었고, 2010년에는 크로노그래프 모델인 Ref. 5980R과 애뉴얼 캘린더 모델인 Ref. 5726A를 가죽 스트랩으로만 선보였다. 2013년과 2015년에는 여성 모델이 한층 다양하게 추가되었고, 2014년에는 홈 타임과 로컬 타임을 알려주는 Ref. 5990/1 모델을 출시했다. 

↑2016년 노틸러스 출시 40주년을 기념해 선보인 크로노그래프 모델 Ref. 5976/1G.

2016년 파텍 필립은 노틸러스의 론칭 40주년을 맞아 블루 다이얼의 2가지 한정판을 제작했다. 1976년 첫 번째 모델에 찬사를 보내는 Ref. 5711/1P는 직경 40mm의 플래티넘 케이스로, 2006년 30주년 에디션에 경의를 표하는 Ref. 5976/1G는 직경 44mm의 화이트 골드 케이스에 플라이백 크로노그래프 기능을 더했다. 초기 노틸러스는 구입시 제공되는 시계 케이스조차 기존과 차별되었다. Ref. 3700은 코르크 소재에 스틸 프레임으로 제작된 케이스와 함께 판매되었는데, 파텍 필립은 이 케이스를 40주년 한정판을 위해 재현하기도 했다.

2018년 최신 노틸러스 모델 

↑노틸러스 최초로 퍼페추얼 캘린더 기능을 장착한 2018년 모델.

올해 파텍 필립은 노틸러스에 처음으로 퍼페추얼 캘린더 기능을 추가한 새로운 모델 Ref. 5740/1G-001을 선보였다. 직경 40mm의 화이트 골드로 제작한 이 모델은 40주년 기념 에디션과 동일한 블루 다이얼을 매치했고, 3시 방향에 월과 윤년, 6시 방향에 날짜와 문 페이즈, 9시 방향에 요일과 24시간 인디케이터를 배치했다. 파텍 필립은 다이얼을 좀 더 균형 잡힌 형태로 디자인하기 위해6시 방향의 인디케이션을 다른 2개보다 살짝 크게 디자인하는 식의 섬세함을 발휘했고, 고심 끝에 퍼페추얼 캘린더를 조정할 수 있는 4개의 코렉터를 케이스 측면에 최적의 구조로 배치했다. 여기에 특허를 획득한 폴딩 버클로 교체하는 등 노틸러스는 성능과 미적인 측면 모두를 한층 업그레이드했다. 

탄생 이후 42년 동안 당대의 시대성을 반영하며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한 노틸러스는 어떤 모델이든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명확한 아이덴티티를 지닌 몇 안 되는 타임피스 중 하나다.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경매에 등장하기만 하면 언제나 예상가의 몇 배 이상으로 낙찰되며 수많은 컬렉터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노틸러스는 여전히 끝나지 않을 전설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