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ONIC WATCH] CARTIER TANK: THE LEGENDARY STORY

수세기 동안 사람들은 시계는 라운드 형태여야 하고, 항상 포켓 안에 넣어 다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고정관념을 깨고 20세기 초 탄생한 까르띠에의 탱크는 오늘날 클래식 손목시계의 전형으로 자리 잡았다. 워치메이킹 역사에 아이코닉한 시계 컬렉션으로 새로운 전환점을 제시하면서100여 년의 역사를 이어온 탱크의 빛나는 발자취를 따라가본다.

↑1944년에 제작된 '탱크 루이 까르띠에'.

‘왕의 보석상, 보석상의 왕’이라는 칭송을 받으며 보석상으로서의 명성을 쌓아가던 까르띠에는 창립자의 3대손인 루이 까르띠에에 의해 20세기 초 시계 디자인과 제조 분야로 영역을 확장하게 되었다. 그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포켓 워치를 사용하고 손목시계 역시 포켓 워치에 스트랩을 부착한 형태였던 그 당시에 처음으로 러그 디자인을 도입해 완벽한 손목시계 형태의 ‘산토스’ 시계를 탄생시켰다. 일찍이 손목시계가 시각을 알려주는 기능을 뛰어넘어 개인의 매력을 드러내는 필수 액세서리로 활약하게 될 것이라 예측한 루이 까르띠에는 산토스의 탄생 이후 손목시계 컬렉션을 다양하게 확장하기 위해 고심했다. 그는 산토스의 사각 케이스를 토대로 1917년 새로운 탱크를 제작했고, 이후 100년 넘게 다양하게 변주되며 명성을 쌓은 탱크 시계는 클래식 워치의 전설로 자리 잡게 되었다.

규칙을 깨고 탄생한 시계 

↑1917년 탄생한 탱크의 첫 번째 모델.

제1차 세계대전이 진행 중이던 1917년에 탄생한 탱크는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전투 차량인 탱크의 형태에서 영감을 얻었다. 당시 금속 조각을 연결해 거대한 벨트 같은 바퀴가 달린 캐터필러(Caterpillar)를 장착한 탱크가 전쟁에 처음으로 사용되며 연합군을 승리로 이끌었다. 루이 까르띠에는 이 탱크의 형상에서 영감을 받아 안정감 있는 캐터필러의 바퀴처럼 사각 시계 케이스의 세로 축인 샤프트(Sarft)를 강조한 디자인을 고안했다. 케이스와 통합된 러그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샤프트는 탱크 시계에 독특한 구조적 아름다움을 불어 넣었고, 다양한 버전으로 변모되는 가운데에서도 단숨에 탱크 시계임을 알아볼 수 있는 상징적인 디자인이 됐다. 

탱크 시계는 원형 케이스에 맞춰진 한정적인 다이얼 디자인의 규칙도 변화시켰다. 사각 다이얼 에 맞춰 조화롭게 배치된 로마 숫자 인덱스와 철길 모양의 레일 미닛 트랙, 그리고 블루 스틸 핸즈는 정갈하면서도 시선을 사로잡는 클래식한 매력을 발했다. 크라운에는 주로 주얼리에 사용되었던 카보숑 컷의 블루 사파이어를 장식했다. 기능성뿐만 아니라 시각적 아름다움을 고려해 완성된 탱크의 이런 디테일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주요 시그너처로 남아 있다.

독창적으로 변주된 탱크의 초기 모델 

↑1920년 탱크 모델.

↑존 조지프 퍼싱 장군.

1917년 탄생해 100년이 넘는 시간 속에서 탱크는 무수히 다양한 버전과 흥미로운 스토리들을 탄생시켰다. 탱크의 첫 번째 모델은 1917년 유럽으로 파견온 미국 원정군 사령관인 존 조지프 퍼싱(John Joseph Pershing) 장군에게 전달되었다. 옐로 골드로 제작된 이 프로토 타입의 탱크 시계 이후 까르띠에는 1919년 6점의 탱크를 공식적으로 추가 생산했는데, 그 다음해인 1920년 1월 17일 모두 판매되었다. 

↑탱크 루이 까르띠에 손목시계.

오늘날 가장 오래 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선보인 워치 컬렉션 중 하나인 탱크는 탄생 이후 다양한 모습으로 변주되었다. 1921년 첫선을 보인 ‘탱크 상트레(Tank Cintree)’는 길쭉한 직사각형 케이스의 양끝을 잡고 살짝 구부린 듯 완만한 곡선으로 휘어져있다. 1922년 등장한 ‘탱크 루이 까르띠에’는 케이스의 각이 한층 부드러워졌으며, 많은 이들이 탱크 시계의 전형으로 생각하는 아이코닉 디자인을 갖추고 있다. 

↑(왼쪽부터) 탱크 아 기셰, 탱크 바스퀼랑트

탱크는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결합해 매우 희귀한 에디션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1928년 모델인 ‘탱크 아 기셰(Tank à Guichets)’는 다이얼 위까지 골드 케이스로 덮어 버렸고, 2개의 작은 창을 통해 시와 분을 나타내며 크라운은 12시 방향에 자리한다. 1932년 출시된 ‘탱크 바스퀼랑트(Tank Basculante)’도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12시 방향의 버튼을 누르면 직사각형 케이스의 프레임이 올라와 다이얼을 앞뒤로 뒤집을 수 있다. 

↑1973년 선보인 탱크 알롱제.

고전주의가 다시 돌아온 1952년에는 케이스 형태가 통통하고 더 풍만해진 ‘탱크 렉탕글(Tank Rectangle)’을 선보이기도 했고, 1960년대 초에는 ‘프티 탱크 알롱제(Petite Tank Allongee)’, ‘미니 탱크 루이 까르띠에(Mini Tank Louis Cartier)’ 등 여성을 위한 좀 더 아담한 사이즈의 탱크 시리즈를 출시했다.

클래식의 아이콘이 된 탱크 컬렉션 

↑탱크 머스트 드 까르띠에

1970년대 까르띠에는 새로운 CEO를 영입하며 좀 더 모던하게 정제된 스타일을 구축했다. 이 시기에 탱크 시계를 기반으로 탄생한 ‘머스트 드 까르띠에(Les Must de Cartier)’는 새로운 소재의 도입으로 주목받았다. 스털링 실버 위에 금을 입혀 한층 실용성을 더했고, 인덱스를 없애고 간결하게 디자인한 다이얼을 다양한 주얼 컬러로 변주한 모델도 찾아볼 수 있다. 

↑2002년 출시한 가로로 긴 직사각형의 '탱크 디반'.

머스트 드 까르띠에로 인해 한층 대중적인 관심을 모은 탱크 컬렉션은 1989년 ‘탱크 아메리칸(Tank Americaine)’을 론칭했다. 1920년대 선보였던 곡선형 케이스의 탱크 상트레를 보다 실용적이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탱크 아메리칸은 탱크 컬렉션 최초로 방수 기능을 갖춘 모델이기도 하다. 이후로도 탱크의 상징적인 가죽 스트랩 대신 메탈 브레이슬릿을 매치한 ‘탱크 프랑세즈(Tank Française)’, 가로로 긴 직사각형 케이스로 제작한 ‘탱크 디반(Tank Divan)’을 비롯해 ‘탱크 솔로(Tank Solo)’, ‘탱크 XL 엑스트라-플랫(Tank XL Extra-Plate)’ 등 다양한 모델이 추가됐다. 

↑(왼쪽부터) 탱크 MC 핑크 골드 모델(2013), 탱크 프랑세즈(1996), 탱크 상트레를 현대적으로 리디자인한 '탱크 아메리칸'.

2008년 까르띠에는 탱크 아메리칸에 자제 제작한 무브먼트를 적용했다. 제네바 인증을 받은 매뉴팩처 칼리버 9452 MC를 장착한 이 시계는 다이얼 하단부에서 C자형 캐리지를 탑재한 플라잉 투르비용을 감상할 수 있다. 2012년 둥글고 균형 잡힌 ‘탱크 앙글레즈(Tank Anglaise)’와 한층 큼직한 사이즈의 ‘탱크 루이 까르띠에 XL’을 추가했고, 2013년 남성적인 디자인으로 해석한 ‘탱크 MC’는 탱크의 상징적인 로마 숫자 모티프로 스켈레톤 다이얼을 완성해 화제가 되었다.

세계 유명 인사들의 시계

↑영화 <족장의 아들>에서 탱크 시계를 착용한 배우 루돌프 발렌티노.

까르띠에의 탱크 컬렉션은 탄생 이후 오늘날까지 배우나 아티스트는 물론 다이애나 스펜서,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 미셸 오바마를 비롯한 세계 명사들이 즐겨 착용한 시계로 더욱 유명해졌다. 그들이 남긴 찬사의 말과 에피소드는 탱크 시계를 향한 애정을 잘 드러낸다. 가장 유명한 일화는 이탈리아 출신의 미국 영화배우 루돌프 발렌티노(Rudolph Valentino)가 영화 <족장의 아들(The Son of the Sheik)>을 촬영하던 때의 에피소드다. 늘 탱크 워치를 즐겨 착용했던 그는 아랍의 유목민인 베두인족 역할에도 불구하고 시계를 착용하겠다고 고집했고, 전통 복장과 현대적인 탱크 디자인 사이의 괴리감에도 결국 스크린에 탱크가 등장하게 됐다. 

↑탱크 시계를 착용한 영국 왕세자비 다이애나 스펜셔.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주인공인 클라크 게이블(Clark Gable)은 “탱크 워치는 바람과 함께 사라질 시계가 아니죠”라는 재치 있는 말을 남겼고, 탁월한 재능으로 주목받았던 미국의 화가이자 팝 아티스트인 앤디 워홀은 한 인터뷰에서 “탱크를 착용하는 것은 단순히 시간을 확인하기 위한 것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태엽을 감지 않은 채 탱크 워치를 착용하곤 했다고 전해진다. 그 밖에도 탱크 워치는 패션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 소설가 트루먼 커포티, 조각가 세자르 발디치니 등의 아티스트를 비롯해 당대 패션 아이콘들에게 사랑받으며 시대를 아우르는 많은 유명 인사와 그 역사를 함께했다.

100여 년의 전통과 현재가 만나다 

↑(왼쪽부터) 탱크 탄생 100주년 기념 모델인 '탱크 상트레 스켈레톤', 지난해 새롭게 출시된 '탱크 루이 까르띠에.

탱크 컬렉션의 라인 업은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2017년에 한층 더 풍성해졌다. 지난해 까르띠에는 현대적인 감각으로 업그레이드한 3가지 탱크 컬렉션과 100주년 기념 모델 등 총 4가지 새로운 타임피스를 공개했다. 

↑(왼쪽부터) '탱크 아메리칸'의 스테인리스 스틸 모델, 샤프트에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탱크 프랑세즈'.

정사각형의 균형 잡힌 디자인으로 가장 클래식한 탱크 모델로 꼽히는 ‘탱크 루이 까르띠에’는 핑크 혹은 화이트 골드 소재와 다이아몬드 세팅 버전으로 한층 고급스러워졌고, 1989년 처음 출시된 ‘탱크 아메리칸’은 실용적인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로 선보였다. 메탈 브레이슬릿을 장착한 ‘탱크 프랑세즈’는 스테인리스 스틸과 다이아몬드 세팅을 조합하며 화려한 면모를 자랑했다. 

탄생 100주년 기념 모델인 ‘탱크 상트레 스켈레톤’은 부드럽게 휜 케이스의 곡선을 따라 고난이도로 제작된 매뉴팩처 무브먼트가 시스루 다이얼을 통해 신비한 모습을 드러냈다. 이 특별 에디션은 100점 한정 생산됐다.
까르띠에는 현대의 감각에 맞는 새로운 탱크 컬렉션을 디자인하며 착용감을 위해 케이스 윤곽을 미세하게 다듬거나 다양한 스트랩 컬러로 선택의 폭을 넓히는 등 실용성에 촛점을 맞췄다. 반면 아름다움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며 탄생한 탱크 시계의 고유 디자인에는 거의 변화를 주지 않았다. 이렇듯 100년이라는 시간을 아우르며 사랑 받아온 탱크 고유의 매력은 앞으로도 지속되며 진정한 클래식의 가치를 일깨워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