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ONIC WATCH] PANERAI LUMINOR: ICONIC CROWN GUARD

루미노르와 라디오미르는 시계 브랜드 파네라이를 대표하는 모델이다. 라디오미르보다 늦게 출시됐지만 특유의 크라운 가드 덕분에 루미노르는 브랜드의 대표 아이코닉 컬렉션으로 자리 잡았다. 루미노르 컬렉션의 과거와 현재의 진화 과정을 심층적으로 분석해보자.

↑파네라이 루미노르 1950(PAM00372)

루미노르(Luminor)와 라디오미르(Radiomir). 이 둘의 가장 큰 차이점은 크라운 가드의 유무다. 그러나 20세기 초의 이탈리아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두 이름이 당시 사용하던 야광 도료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1916년 파네라이의 창립자 조반니 파네라이(Giovanni Panerai)의 조카인 귀도 파네라이(Guido Panerai)는 라듐을 기반으로 한 자체 발광 물질인 라디오미르를 발명했다. 어떠한 종류의 측정 장비도 완전한 어둠 속에서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준 라디오미르 덕분에 이탈리아 군은 장비의 혁신을 가져오게 됐다.

↑이탈리아 해군을 위해 제작된 정밀기기 옆에 놓인 루미노르 1950.

1935년 이탈리아 왕실 해군은 제1잠수부대 사령부가 필요로 하는 잠수부용 특수 야광 시계의 제작을 파네라이에 요청했고, 다음 해 역사상 최초의 파네라이 시계가 탄생했다. 파네라이는 직경 47mm의 쿠션 셰이프 스테이브라이트 스틸 케이스에 라디오미르 도료를 사용해 독보적인 다이얼 가독성을 구현한 최초의 군용 수중 시계의 이름을 ‘라디오미르’로 명명했다. 이후 파네라이는 샌드위치 구조의 다이얼을 통해 수중에서의 가시성을 높이고, 케이스의 스틸 블록과 러그를 일체형으로 만들어 방수성을 높이는 등 오늘날의 ‘라디오미르 1940’의 모습을 완성해갔다.

자체 발광 물질인 루미노르와 크라운 가드의 접목 

↑1956년 파네라이의 크라운 가드 설계도.

1949년 파네라이는 트리튬(수소 동위원소)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자체 발광 물질을 개발했고, ‘루미노르’라는 이름으로 특허등록했다. 파네라이 시계의 디자인 특성 중 하나인 레버가 달린 크라운 보호 장치를 고안 및 개발한 것도 바로 이 시기다. 반달 모양의 이 장치는 케이스 안으로 물이 들어가는 것을 방지하고, 크라운을 완벽하게 밀폐시켰다. 이 새로운 장치는 1956년 ‘장치 제어 버튼, 특히 태엽 시계 및 시간 설정을 위한 크라운용 방수 장치’를 뜻하는 특허번호 545668로 등록됐다.

↑1949년 루미노르 특허증.

새로운 야광 물질인 루미노르의 특허등록을 마친 다음 해인 1950년에 파네라이는 크라운 가드와 루미노르 도료, 샌드위치 다이얼 등 파네라이가 보유한 최신의 기술력을 집약한 새로운 타임피스를 선보였다. 이 모델이 바로 오늘날 루미노르 1950의 원형으로 알려진 프로토타입 ‘마리나 밀리타레(Marina Militare)’다.

군용 장비에서 대중을 위한 손목시계로 

↑1950년대의 루미노르 1950.

루미노르가 일반인들에게 비로소 공개되기 시작한 것은 1993년이다. 이탈리아 해군용 장비가 아닌 일반인 판매용으로 시계를 출시하기로 결정한 파네라이는 1940~1950년대 이탈리아 해군 특공대를 위해 제작됐던 역사적인 모델 ‘루미노르’, ‘루미노르 마리나’, ‘마레 노스트럼’으로 구성된 한정판 컬렉션을 출시했다. 베일에 싸여 있던 이탈리아 군용 시계 제조사였던 파네라이가 드디어 선보인 일반인용 시계는 수많은 시계수집가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었고, 특유의 크라운 가드가 달린 오버사이즈의 루미노르는 당대 남성들의 선망의 대상이 됐다. 시계의 이름은 분명 야광 도료의 이름에서 유래한 것이었지만, 정작 사람들은 큼지막한 크기의 남성적인 크라운 가드가 달린 케이스 디자인에 더 매료됐고, 반달형의 크라운 가드는 파네라이를 정의하는 새로운 상징이 됐다.

↑파네라이 애호가인 배우 실베스터 스탤론의 이름이 붙은 스페셜 시리즈. '루미노르 슬라이테크'.

루미노르의 매력을 알아본 사람은 시계애호가뿐만 아니었다. 이탈리아를 여행하던 중 파네라이 시계에 매료된 할리우드의 배우 실베스터 스탤론은 1996년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 <데이라잇>에서 자신을 위해 특별히 제작된 시계를 착용했다. 이 일으로 그의 이름이 붙은 스페셜 시리즈인 루미노르 슬라이테크(Luminor Slytech, Sly는 스탤론의 애칭)가 출시되기도 했다. 

1997년 파네라이는 방돔 럭셔리 그룹(Vendome Luxury Group)에 인수됐다. 때문에 파네라이 컬렉터와 시계애호가들은 1997년 이전의 파네라이 컬렉션을 프리-방돔(Pre-Vendome) 시절이라고 부른다. 다음해 방돔 럭셔리 그룹은 리치몬트 그룹에 인수합병됐고, 파네라이는 리치몬트 그룹 산하에서 본격적으로 그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이때도 역시 루미노르 컬렉션이 주축이 됐다. 두 모델인 루미노르와 루미노르 마리나의 3가지 버전을 선보이자마자 시계애호가들 사이에서 이 시계들을 구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졌다. 특유의 쿠션 셰이프와 크라운 가드, 그리고 직경 44mm 이상의 오버사이즈 시계인 루미노르는 럭셔리 스포츠 워치의 전형으로 자리 잡았다. 

미세하면서도 미묘한 차이에 열광하다

↑쿠션 셰이프 케이스, 크라운 가드, 샌드위치 다이얼이 특징적인 루미노르 1950.

브랜드 최초의 시계 컬렉션인 라디오미르보다 나중에 출시됐지만 파네라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시계는 단연 루미노르다. 두 컬렉션의 이름은 처음에는 야광 도료에서 분류된 것이었지만 이제는 크라운 가드의 유무에 따라 가장 크게 구분된다. 루미노르 컬렉션은 케이스의 미세한 차이나 기능, 다이얼 디자인 등에 따라 ‘루미노르 1950’, ‘루미노르 마리나’, ‘루미노르 베이스’, ‘루미노르 두에’ 등으로 더 세분화됐다. 그리고 여기서 나아가 스위스 뇌샤텔의 매뉴팩처에서 제작한 인하우브 무브먼트를 장착하며 기술적으로도 점점 더 진보했다.

↑파네라이 루미노르 섭머저블 1950 오토매틱 브론조(PAM00382)

파네라이 컬렉션 중 제품이 가장 많은 컬렉션은 루미노르 1950으로 1950년 이탈리아 해군의 까다로운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고안된 수중 시계의 전통을 고스란히 계승한 모델이다. 루미노르 1950 컬렉션은 시, 분 표시 기능만 있는 ‘루미노르 1950’과 9시 방향에 스몰 세컨즈가 장착된 ‘루미노르 마리나 1950’, 프로페셔널 다이버 시계 ‘루미노르 섭머저블 1950’ 등으로 더욱 세분화된다. 루미노르 1950 케이스는 루미노르 케이스보다 측면이 좀 더 둥근 유선형이며, 크라운 가드에 상표권 등록 표시인 ‘REG.’와 ‘T.M.’이 각인되어 있는 것도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다.

루미노르의 현대적 진화

↑파네라이 루미노르 베이스 로고 아치아이오(PAM01000)

오리지널 루미노르 1950 케이스에서 영감을 얻은 루미노르는 클래식한 감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디자인이 특징으로, 1993년 파네라이가 일반인용으로 제작한 최초의 컬렉션을 위해 개발됐다. 시와 분만 표시하는 모델은 ‘루미노르 베이스’라 부르고, 9시 방향에 스몰 세컨즈가 있는 모델은 ‘루미노르 마리나’라고 부른다. 특히 루미노르 마리나는 1940년대 이탈리아 해군 특공대가 착용했던 시계에 장착한 8일간의 파워 리저브와 9시 방향에 위치한 스몰 세컨즈의 핸드와인딩 안젤루스(Angelus®) 무브먼트의 특징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9시 위치의 스몰 세컨즈 인디케이터는 많은 파네라이 시계, 특히 루미노르 마리나의 필수 불가결한 요소다.

↑파네라이 로 시엔치아토 루미노르 1950 투르비용 GMT 세라미카(PAM00528)

↑기존의 루미노르 1950보다 슬림해진 루미노르 두에(PAM00675).

↑파네라이 루미노르 두에 3데이즈 오로 로쏘(PAM00741)

가장 최근에 새롭게 등장한 컬렉션은 ‘루미노르 두에’다. 이 역시 루미노르 1950을 재해석한 모델로, 루미노르 1950의 고유한 요소는 고스란히 계승하는 동시에 두께를 줄인 슬림한 케이스가 특징이다. 루미노르 두에 컬렉션은 2018년 직경 38mm로 브랜드 역사상 가장 크기가 작은 모델을 선보이며 두께에 이어 크기의 변화를 시도했다. 루미노르는 현재까지도 당시의 디자인을 거의 바꾸지 않고 그 아이덴티티를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또한 1940~1950년대의 빈티지한 요소와 브론즈 케이스, 왼손잡이를 위한 레프트 핸디드 가드 등 매력적인 스페셜 에디션을 선보이며 브랜드의 비하인드 스토리에 열광하는 이들로부터 여전히 그 진가를 인정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