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THEME] OPEN WORK DIAL:THE BEST OF ARTISTRY & ARCHITECTURE

시계애호가들의 큰 즐거움 중 하나가 바로 힘차게 박동하는 무브먼트의 움직임을 감상하는 일이다. 섬세하게 조각된 부품들이 서로 맞물리며 시간을 나타내는 무브먼트는 하나의 예술 작품을 보는 듯한 감동을 선사한다. 백 케이스뿐만 아니라 손목 위에서 이런 무브먼트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오픈워크 다이얼은 기계식 시계를 즐기는 색다른 방법을 제시하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하이엔드 시계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오픈워크 다이얼은 점차 합리적인 가격대의 브랜드로 확대되고 있고, 남성 시계에서 여성 시계로 그 영역을 넓혀가는 중이다. 올해 SIHH와 바젤월드에 대거 등장한 오픈워크 다이얼의 새로운 모델과 경향을 소개한다.

↑까르띠에 로통드 드 까르띠에 스켈레톤 미스터리 더블 투르비용

하이엔드 워치메이커가 지향하는 최상의 시계는 뛰어난 정확성과 탁월한 성능만큼 ‘아름다움’을 주요 가치로 여긴다. 이 미적 가치는 외관은 물론, 보이지 않는 무브먼트에도 적용된다. 무브먼트 디자이너와 제작자들은 작은 부품들이 정확히 기능함과 동시에 그 자체로 아름다운 무브먼트를 완성하기 위해 오랜 시간 공을 들인다. 특히 하이엔드 브랜드일수록 무브먼트의 메인 플레이트는 물론 휠 하나하나까지 작은 도구를 사용해 표면과 테두리를 수공으로 완벽하게 다듬은 후 조립한다.

전통적인 워치메이킹에서도 무브먼트 표면에 남은 가루들을 제거하는 동시에 금속의 투박한 느낌을 없애기 위해 각 부품에 다양한 피니싱 처리를 해왔다. 메인 플레이트처럼 넓은 면적에는 진주 같은 작은 원들이 여러 개 중첩된 무늬를 나타나는 페를라주나 부드러운 물결무늬가 반복되며, 일정한 줄무늬를 만드는 코트 드 주네브 등의 피니싱을 거친다. 동그란 휠의 표면에는 원형이나 소용돌이무늬를 내는 연마 과정을 더하며, 각진 부분에는 챔버링 등으로 모서리를 부드럽게 다듬는다. 이처럼 하나의 무브먼트는 각기 다른 공정으로 처리된 부품들이 한데 조합되어 하나의 정밀한 조각품 같은 경이로움을 느끼게 한다.


브레게 마리 앙투아네트 N. 1160

다이얼이나 백 케이스를 통해 무브먼트를 드러내는 오픈워크 방식은 과거의 포켓 워치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시계는 아브라함 루이 브레게가 마리 앙투아네트를 위해 제작한 N.160을 꼽을 수 있다. 1783년에 제작하기 시작해 44년 만에 완성한 이 포켓 워치는 니콜라스 G. 하이에크 회장의 요청에 의해 2008년 N.1160으로 복원되기도 했다. 여전히 세계에서 5번째로 복잡한 메커니즘으로 꼽히는 이 시계는 무브먼트 구조를 완벽한 오픈워크 방식으로 다이얼에 고스란히 드러냈다. 아브라함 루이 브레게가 즐겨 사용하던 록 크리스털로 다이얼을 보호한 N.160은 로마 숫자 인덱스와 도트 형태의 미닛 트랙을 새긴 아워 링을 투명 디스크로 제작해 다이얼에 드러난 무브먼트의 어떤 부분도 가리지 않게 완성했다.

이처럼 워치메이킹 분야에서 무브먼트를 다이얼과 백 케이스를 통해 드러내려는 시도는 오래 전부터 계속됐는데, 특히 1960~1970년대의 시계 분야에 사파이어 크리스털 소재가 도입되면서 이런 현상이 더욱 강해졌다. 시계 케이스는 주로 투명한 미네랄 글라스나 아크릴 글라스를 덮어 다이얼을 보호하는데, 두 소재 모두 경도가 낮아 스크래치가 잘 생기고 옅은 안개가 낀 듯한 느낌을 준다. 이에 비해 사파이어 크리스털은 제작이 까다롭지만 완전히 깨끗하고 투명하게 빛을 투과하며, 모스 경도 9로 외부 충격에도 거의 긁히지 않는다. 사파이어 크리스털의 사용이 점차 보편화되자 금속으로 케이스 뒷면을 보호했던 많은 시계들이 백 케이스를 투명하게 처리하며 무브먼트를 드러냈다.

↑리차드 밀 RM 53-01 파블로 맥도너우

오픈워크 방식이 다이얼로 확대된 데는 혁신적인 워치메이킹 세계를 견고하게 구축한 리차드 밀의 등장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2001년 창립한 리차드 밀은 현대 오픈워크 다이얼의 선구자라 할 수 있다. “나는 시계의 멋진 메커니즘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매우 안타깝다”라고 밝힌 리차드 밀은 첫 번째 모델 RM 001를 통해 구조적인 매력을 극대화한 시계로 주목받았고, 이후 모든 타임피스에 오픈워크 다이얼을 고집하고 있다.

리차드 밀의 강렬한 오픈워크 다이얼은 다른 시계제작자들에게 큰 영감을 제공했고, 스포츠 워치뿐만 아니라 클래식 시계 분야까지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다이얼을 오픈워크하는 작업은 백 케이스를 투명하게 처리하는 것보다 한층 더 까다로운 과정을 요한다. 기능적으로 완벽하면서도 아름다운 무브먼트를 제작하기 위해 다이얼을 어떤 형태로 컷아웃(Cut Out)할 것이며, 그에 따라 무브먼트의 어느 부분을 노출할 것인지 등의 문제를 구상 단계에서부터 철저하게 계산해야 하며, 이를 구현하기 위해 고도의 기술력을 적용해야 한다.

2003년 제니스는 ‘엘 프리메로 크로노마스터 오픈’을 통해 다이얼 전면에 무브먼트를 드러내는 대신 유니크한 방식으로 기계적 매력을 드러냈다. 고진동 무브먼트 엘 프리메로의 이스케이프먼트 시스템을 10시 방향의 창을 통해 노출한 오픈 콘셉트 디자인은 제니스의 또 하나의 시그너처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무브먼트의 부품 일부나 뒷면을 드러내는 것에 만족하지 않은 시계제작자들은 기계식 시계의 구조적이고 정교한 메커니즘을 손목 위에서 시각적으로 강조하기 위해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피아제 '알티플라노 울티메이트 컨셉'의 오픈워크 다이얼.

스켈레톤에 특화된 아방가르드 워치

대부분의 시계 브랜드에서는 오픈워크와 스켈레톤(Skeleton)을 같은 의미로 혼용해 사용하고 있는데, 엄밀히 말하면 두 개념 사이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오픈워크가 다이얼의 단면을 오려내 컷아웃된 부분을 통해 내부를 드러내는 디자인을 총칭한다면, 스켈레톤은 이보다 한 단계 더 심화된 기법이다. 스켈레톤 기법은 다이얼이나 무브먼트를 작동에 꼭 필요한 골격만을 남기고 모두 제거하는 방식으로, 이때 미적인 요소를 반영해 우아한 형상으로 뼈대를 완성한다. 특히 스켈레톤 무브먼트의 경우에 메인 플레이트는 물론 브리지와 휠 트레인까지 무브먼트의 30~40% 이상을 제거하게 되며, 컷아웃된 단면을 챔퍼링으로 마무리해 완성한다. 스켈레톤 무브먼트가 케이스의 윗면과 뒷면을 덮은 투명한 2장의 사파이어 크리스털 사이에 안착하게 되면 독특한 형상의 무늬가 마치 무중력 상태에 떠 있는 듯한 시각적 효과를 연출한다. 이를 착용하면 컷아웃된 부분으로 피부가 비치며 진정한 시스루(See-through)의 매력을 발한다.

↑파네라이 로 시엔치아토 루미노르 1950 투르비용 GMT 티타니오

기계적인 매력을 물씬 풍기는 오픈워크와 스켈레톤 다이얼은 특히 남성적이고 강인한 스타일의 시계와 어우러져 한층 빛을 발한다. 미래적이고 아방가르드한 디자인을 추구하는 리차드 밀, 로저드뷔, 위블로와 같은 시계 브랜드에 시스루 다이얼은 혁신을 강조하는 최적의 방식이다. 21세기 워치메이킹을 선두하는 이들은 스켈레톤 무브먼트의 유행을 이끈 개척자이기도 하다.

리차드 밀은 올해 폴로 선수 파블로 맥도너우를 위해 특별히 제작한 새로운 모델 RM 53-01을 통해 다시 한 번 독특한 메커니즘을 다이얼에 고스란히 드러냈다. 파격적인 서스펜션 구조를 적용한 이 시계의 투르비용 무브먼트는 2개의 베이스 플레이트로 구성됐으며, 중앙과 사이드에 위치한 플레이트를 직경이 0.27mm에 불과한 철선을 꼬아 만든 케이블로 연결했다. 마치 공중에 자리잡은 거미줄을 연상시키는 케이블은 시스루 다이얼의 독특한 입체 효과를 강조한다.

↑위블로 빅뱅 유니코 레드 매직

다이얼에 독특한 시도를 접목해온 위블로 역시 오픈워크 기법을 사용해 브랜드 고유의 아방가르드한 철학을 드러낸다. 위블로는 바젤월드 2018을 통해 새롭게 선보인 대부분의 신제품을 오픈워크 다이얼 버전으로 출시하며 스켈레톤의 기술력을 자랑했다. 특히 레드 컬러 세라믹 소재를 케이스에 적용해 강렬한 레드 & 블랙의 조화를 보여준 ‘빅뱅 유니코 레드 매직’은 레드 처리한 인덱스와 핸즈, 카운터 테두리를 제외한 다이얼 전면에 무브먼트를 드러냈다.

↑로저드뷔 엑스칼리버 스파이더 피렐리

로저드뷔 역시 스켈레톤 무브먼트에 특화된 기술력을 갖춘 브랜드다. 독특한 비대칭 별 모양의 골격을 형상화한 상징적인 아스트랄 스켈레톤 방식은 올해 화이트 모델을 추가한 ‘엑스칼리버 스파이더 피렐리’에 다시 한 번 적용됐다. 특히 거미줄의 기하학적인 형태에서 영감을 받은 이 엑스칼리버 스파이더 컬렉션은 다이얼을 통해 모습을 드러내는 무브먼트뿐만 아니라 케이스와 러그, 핸즈 등 대부분의 부품을 스켈레톤 처리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11시 방향에서는 별 모양으로 스켈레톤 처리한 마이크로 로터의 움직임을 감상할 수 있다. 로저드뷔의 환상적인 3D 스켈레톤 다이얼은 ‘엑스칼리버 아반타도르 S’ 모델에서 한층 극대화됐다. 스포츠카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이 시계의 스켈레톤 무브먼트에서는 우주선을 연상시키는 배럴 모양과 완벽한 대칭을 이루는 2개의 밸런스 시스템으로 다이얼의 입체감을 극대화했다.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상징하는 스켈레톤 다이얼

로저드뷔의 아스트랄 스켈레톤과 같이 자신만의 스켈레톤 디자인을 특화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시계 브랜드도 점차 늘고 있다. 대표적으로 까르띠에는 로마 숫자 모티프의 스켈레톤 다이얼을 사용해왔는데, 올해는 새롭게 부활한 산토스 시계에 이를 적용했다. 독특한 사각 케이스의 산토스 시계를 위한 스켈레톤 무브먼트는 단순히 기존 무브먼트를 투조하는 방식이 아닌 넓은 공간을 아름답게 채우기 위해 특별히 디자인된 것이다.

로마 숫자 모티프의 스켈레톤 기법은 새로운 하이 컴플리케이션 모델인 ‘로통드 드 까르띠에 스켈레톤 미스터리 더블 투르비용’에서도 매력을 발했다. 다이얼 하단부에 어떤 연결 장치도 없이 공중에서 회전하는 투르비용을 탑재한 이 시계는 미스터리 아워 디스크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 모든 기어 장치들을 배치하는 노하우로 완성됐다. 이 독특한 메커니즘은 까르띠에의 상징적인 로마 숫자 형태의 스켈레톤 다이얼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자케드로 그랜드 세컨즈 스켈레톤

↑자케드로 그랜드 세컨즈 스켈레톤의 백 케이스.

올해 창립 280주년을 맞은 자케드로는 오랜 역사를 기념하기 위해 반대로 가장 미래적인 무드의 스켈레톤 다이얼을 택했다. 브랜드 최초로 제작한 스켈레톤 무브먼트는 자케드로의 상징적인 ‘8’자 다이얼을 모티프로 뼈대를 형상화했고, 이를 탑재한 ‘그랜드 세컨즈 스켈레톤’은 다이얼 하단부에 큼직하게 자리한 스몰 세컨즈 디스크를 사파이어 크리스털로 제작해 무브먼트를 온전히 드러냈다.

↑제니스 데피 제로 G

브랜드의 로고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별 모양을 심볼로 사용하는 제니스는 올해 이 별을 모티프로 새로운 하이 컴플리케이션 스켈레톤 무브먼트를 제작했다. ‘데피 제로 G’에 탑재된 이 무브먼트는 베이스 플레이트와 브리지를 모두 별의 형상을 나타내도록 스켈레톤 처리했고, 역시 별 모양의 골격만 남긴 스켈레톤 다이얼과 겹쳐지면서 손목 위에서 입체적인 패턴을 구현해낸다.

↑지라드 페리고 네오-투르비용 위드 쓰리 브리지 스켈레톤

지라드 페리고는 1884년부터 선보인 3개의 골드 브리지를 탑재한 투르비용이라는 값진 유산을 자랑하는 브랜드다. 1998년부터 스켈레톤 무브먼트를 제작해온 지라드 페리고는 올해 이 둘을 처음으로 결합해 스켈레톤 처리한 스리 브리지 투르비용 무브먼트를 공개했다. 이를 탑재한 ‘네오-투르비용 위드 쓰리 브리지 스켈레톤’의 투명 다이얼에는 건축학적인 아름다움을 물씬 풍기는 블랙 컬러의 스리 브리지를 감상할 수 있다. 이렇듯 독특한 구조물로 시선을 끄는 스켈레톤 다이얼은 전통적인 워치메이커가 그들의 유산을 지켜나가는 미래지향적인 방식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시스루 효과를 극대화한 스켈레톤 디자인

독창적인 형태로 정제된 스켈레톤 무브먼트는 투명한 다이얼 위에 펼쳐진 한 폭의 그림을 연상시킨다. 구조적인 조형물들이 입체적으로 조화를 이뤄 마치 초현실적인 작품을 연상시키는 시스루 다이얼은 실용적인 기능에 충실한 제품의 출시가 많았던 올해 SIHH와 바젤월드에서 더욱 큰 주목을 받았다.

↑율리스 나르당 이그제큐티브 스켈레톤 투르비용 하이퍼스페이스

율리스 나르당이 스페셜 피스로 새롭게 선보인 ‘이그제큐티브 스켈레톤 투르비용 하이퍼스페이스(Executive Skeleton Tourbillon Hyperspace)’는 스켈레톤 다이얼에 생동감 넘치는 컬러의 미니어처 페인팅을 접목해 특유의 건축학적인 뼈대를 더욱 강조했다. 원형의 케이스와 대비되는 다이얼 중앙의 사각 프레임과 플랜지 부분은 서로 다른 톤의 컬러로 채색되어 서로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가는 브러시의 세심한 터치가 느껴지도록 여러 번 덧칠한 스켈레톤 골격은 다이얼 중앙에 드러난 배럴과 기어 트레인, 6시 방향의 투르비용과 어우러져 유니크한 매력을 뽐낸다.

↑RJ 로만 제롬 RJ X 스파이더-맨

기발한 발상과 탄탄한 기술력으로 무장한 독립 시계 브랜드에서는 이런 스켈레톤과 오픈워크 다이얼의 활약이 더욱 극대화됐는데, RJ 로만 제롬의 ‘RJ×스파이더-맨’은 스켈레톤 다이얼을 가장 재치 넘치게 활용한 시계로 꼽을 수 있다. 마블사와 파트너십을 맺은 로만 제롬은 스파이더맨을 모티프로 75점 한정 생산되는 유니크 피스를 제작했다. 다이얼 중앙에는 스파이더맨을 상징하는 붉은 거미가 자리잡고 있으며, 이를 제외한 다이얼은 수평의 주요 뼈대만 남기고 모두 제거됐다. 오픈워크된 다이얼을 통해서는 무브먼트의 부품과 거미줄 형태로 스켈레톤 처리된 백 케이스가 드러나 극도의 입체적인 멋을 발한다.

여성을 위한 로맨틱한 스켈레톤 시계

↑불가리 루체아 스켈레톤

여성 시계의 영역이 지속적으로 커져가는 흐름에 발맞춰 불가리와 샤넬은 올해 이례적인 행보를 보였다. 두 브랜드 모두 처음으로 남성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스켈레톤 무브먼트를 오직 여성을 위해 특별 제작한 것이다. 단순히 기존 스켈레톤 무브먼트의 크기를 줄인 것이 아닌 디자인 단계에서부터 페미닌한 요소를 위해 고심한 이 무브먼트는 정교한 부품과 어우러진 스켈레톤 다이얼이 얼마나 우아하고 로맨틱할 수 있는지를 증명했다.

불가리는 브랜드의 대표적인 여성 컬렉션인 루체아의 신제품에 집중했는데, 그중 ‘루체아 스켈레톤’은 다이얼 위에 ‘BVLGARI’를 완성하는 알파벳을 자유롭게 배치하고 레터링을 제외한 다이얼 부분에는 무브먼트를 노출하는 독특한 방식을 구현했다. 기계식 시계의 섬세하면서도 복잡한 면모를 좋아하는 여성을 위한 이 시계는 여성 시계에 대한 불가리의 열정을 잘 보여준다.

↑샤넬 보이프렌드 스켈레톤

지난해 카멜리아 꽃 모티프를 스켈레톤 기법으로 제작한 브랜드의 2번째 인하우스 무브먼트를 공개했던 샤넬은 올해 3번째 자사 무브먼트를 탑재한 새로운 보이프렌드 모델을 선보였다. 3년간의 개발 끝에 완성된 이 새로운 스켈레톤 무브먼트는 곡선 디자인이 반복되는 최소한의 골격과 부품만 남겨 완벽한 시스루 효과를 선사한다. 12시 방향에 위치한 배럴 역시 오픈워크 처리해 크라운을 돌려 와인딩하면 태엽이 감기는 모습까지 감상할 수 있다.

↑오데마 피게 레이디 밀레너리

남성적인 이미지가 강한 오데마 피게 역시 오픈워크 다이얼의 여성 시계를 적극적으로 선보이며 새로운 입지를 다지고 있다. 가로로 긴 타원형 케이스가 특징인 밀레너리 컬렉션의 다이얼 왼쪽을 오픈워크로 처리해 주요 기어 트레인을 노출한 데 이어, 직경 37mm의 ‘로열 오크 더블 밸런스 휠 오픈워크’의 프로스티드(Frosted) 모델에서는 다이얼 전면에 스켈레톤 무브먼트를 드러냈다. 7시에서 9시 방향으로 이어지는 특유의 밸런스 브리지가 돋보이는 이 시계는 케이스를 전통적인 주얼리 세공 기법인 ‘플로렌틴(Florentine)’으로 처리해 정교한 스켈레톤 다이얼과 화려한 조화를 이룬다.

↑바쉐론 콘스탄틴 트래디셔널 오픈워크 스몰

올해 오픈워크와 스켈레톤 다이얼은 여성 시계로 확대되는 경향을 뚜렷하게 나타냈다. 기계식 시계에 대한 여성들의 관심을 반영한 이런 트렌드는 시계 제조사들에 또 다른 도전 과제를 부여한다. 여심을 자극하기 위해 복잡한 기계라는 이미지를 벗어나 더욱 미학적인 스켈레톤 구조를 탄생시키는 일은 시계 분야를 진화시키는 또 다른 계기가 될 것이다.

울트라 씬을 위한 오픈워크

올해 SIHH와 바젤월드에서는 각각 울트라 씬의 신기록을 획득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했다. 그 중심에 있는 피아제와 불가리는 불가능에 가까운 두께를 완성하기 위해 과감히 다이얼을 제거했고, 무브먼트의 앞면 자체를 다이얼로 구현하는 이색적인 방식을 채택했다.

↑알티플라노 울티메이트 오토매틱 910P

↑불가리 옥토 피니씨모 투르비용 오토매틱

피아제가 SIHH를 통해 발표한 ‘알티플라노 울티메이트 오토매틱 910P’는 두께 4.30mm의 오토매틱 시계로, 당시 가장 얇은 오토매틱 시계라는 기록을 달성했다. 그러나 이 기록은 곧 이어진 바젤월드에서 불가리가 선보인 ‘옥토 피니씨모 투르비용 오토매틱’에 의해 새롭게 수립됐다. 불가리는 케이스 두께 3.95mm의 시계로 가장 얇은 오토매틱 시계이자 가장 얇은 투르비용 시계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피아제 알티플라노 울티메이트 컨셉

이 시계는 별도의 다이얼 층을 아예 없애고 무브먼트를 그대로 다이얼에 사용해 극도의 구조적인 미학을 완성했다. 피아제가 SIHH에서 콘셉트 워치로 발표한 두께 2mm의 ‘알티플라노 울티메이트 컨셉’ 역시 이와 같은 원리로 다이얼을 제거했다. 이를 위해 피아제는 베이스 플레이트에 부품을 조립한 후 무브먼트를 케이스에 통합하는 순차적인 과정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식을 도입했다. 케이스와 통합된 메인 플레이트를 그 자체로 백 케이스이자 다이얼로 삼고, 그 위로 선버스트, 원형 등의 패턴으로 새틴 브러싱 처리한 부품들을 마치 장식처럼 세팅한 것이다. 피아제는 진보적인 미학 기준을 반영하되 전통적인 워치메이킹 기법으로 이를 완성하며 전통과 미래의 이상적인 조우를 잘 보여줬다.

합리적인 가격대의 오픈워크 시계

올해 다채로운 시스루 기법이 등장하며 오픈워크 다이얼의 트렌드는 정점에 달했고, 이는 보다 합리적인 가격대의 시계 브랜드로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무브먼트 전체를 스켈레톤 처리하거나 다이얼에 무브먼트 전면을 노출하는 등의 과감한 방식은 아니지만 무브먼트의 일부를 적절하게 노출하며 독특한 매력의 시계를 완성하는 영민함을 발휘했다.

↑(왼쪽부터) 글라슈테 오리지날 세나토 엑설런스 퍼페추얼 캘린더, 크로노스위스 플라잉 그랜드 레귤레이터 스켈레톤, 라도 다이아마스터

글라슈테 오리지날의 아이코닉한 퍼페추얼 캘린더 칼리버 36-02를 장착한 ‘세나토 엑설런스 퍼페추얼 캘린더’의 새로운 한정판 모델은 오픈워크 다이얼을 통해 기요셰 무늬를 새긴 무브먼트의 커버 플레이트를 노출했다. 블랙 다이얼은 퍼페추얼 캘린더의 각 기능을 강조하기 위한 특정 테두리를 남기고 동그란 형태로 컷아웃돼 12시 방향의 윤년 표시 창이나 월, 요일, 그리고 문 페이즈와 큼직한 날짜 창의 가독성을 한층 높였다.

라도의 새로운 ‘다이아마스터’는 비대칭 오픈워크 창을 통해 전통적인 코트 드 주네브 무늬가 새겨진 커버 플레이트와 미니멀하게 정제된 주요 기어 트레인을 드러냈다. 이는 7시 방향의 스몰 세컨즈와 4시 방향의 원형 날짜 창 등과 어우러져 매우 독특한 인상을 남긴다.

↑(왼쪽부터) 모리스 라크로와 아이콘 오토매틱 스켈레톤, 오리스 TT1 엔진 데이트, 엠포리오 아르마니 스위스 메이드 클래식 ARS3305

오리스의 ‘TT1 엔진 데이트’는 세계적인 F1 팀 중 하나인 윌리엄스 팀의 모터스포츠 카의 속도와 성능을 느낄 수 있도록 강렬한 디자인을 택했다. 무브먼트의 중심부와 이를 감싸는 날짜 표시 링, 바 인덱스 등을 강조하기 위해 블랙 다이얼은 최소한의 뼈대만 남기고 오픈워크 처리했다.

시계마다 새로운 무브먼트를 개발하는 독립 시계 브랜드 아널드 & 선의 무브먼트 개발 책임자인 세바스티앵 숄몽테(Sébastien Chaulmontet)는 오픈워크 다이얼의 최근 경향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사람들의 기계적인 흥미를 자극하고 싶다면 다이얼에 주목해야 한다. 현대의 시계애호가들은 가시적으로 뚜렷하게 보이는 메커니즘을 사고 싶어한다.” 손목 위에 무브먼트를 드러낸 오픈워크 다이얼과 스켈레톤에 시계애호가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단순히 시각적 유희를 즐기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워치메이커의 미적 감각과 기계적 메커니즘의 이해, 그리고 이를 구현할 수 있는 탁월한 기술력이 한데 응축된 진정한 예술 작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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