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NOLD & SON : THE EMINENT ENGLISH CHRONOMETER MAKER

영국의 시계제작자 존 아널드와 그의 아들 존 로저는 정확하고 예술적인 시계를 제작하며 워치메이킹 분야에 기여했다. 현재 스위스 라쇼드퐁에 자리한 아널드 앤 선은 지금까지 약 22개의 인하우스 무브먼트를 개발하며 유서 깊은 전통과 혁신적 기술을 결합한 시계를 소개하고 있다.

↑1778~1779년 제작된 마린 크로노미터 No.12. ©The Trustees of the British Museum

1736년 영국의 잉글랜드 주 남서부에 위치한 콘월(Cornwall)에서 태어난 존 아널드(John Arnold)는 시계제작자인 아버지와 총기제작자인 큰아버지 밑에서 자연스럽게 기술을 익혔다. 19세에 네덜란드에서 2년간 시계제작자로 일한 그는 1762년 영국 런던에 자신의 공방을 열었다. 2년 뒤인 1764년 영국의 국왕 조지 3세를 위해 제작한 초소형 쿼터 리피터 시계는 직경 15mm 이하의 플레이트 위에 시계 업계 최초로 루비 소재의 실린더를 사용한 이스케이프먼트를 장착하는 혁신을 이룩했다. 이후 리피터와 캘린더 기능 등 다양한 컴플리케이션 시계로 유명세를 떨친 존 아널드는 1775년 2가지 금속을 사용한 밸런스 휠, 1782년 끝부분을 구부린 실린더형 나선 스프링을 개발해 특허를 받기도 했다.

↑18세기 영국의 시계제작자 존 아널드.

1770년부터 경도를 측정하는 장치 개발에 전념했던 존 아널드가 제작한 첫 해상시계는 영국 왕실과 의회 산하 경도위원회로부터 그 탁월한 품질을 인정받았고, 그의 기술을 바탕으로 여러 시계제작자들에 의해 양산됐다. 그의 해상시계는 제임스 쿡과 존 프랭클린 등의 여러 탐험가와 역사적인 모험을 함께했다. 특히 1778년 제작한 ‘No.36’ 시계는 그리니치 천문대의 인정을 받을 만큼 탁월한 정확성을 갖췄다. 그는 자신의 해상시계를 ‘크로노미터’라고 불렀고, 이는 높은 정확성을 갖춘 시계를 가리키는 용어로 오늘날에도 사용되고 있다. 아들 존 로저 아널드(John Roger Arnold) 역시 위대한 시계제작자였다. 존 아널드는 동시대 위대한 시계제작자인 아브라함 루이 브레게와 각별한 사이였다. 그들은 서로의 아들을 견습시켰는데, 존 로저 아널드도 브레게에서 2년간 견습한 후 1796년 아버지의 브랜드에 합류해 오늘날 아널드 앤 선이라는 이름을 만들었다.

↑브레게의 투르비용을 장착한 존 아널드의 회중시계(1808). ©The Trustees of the British Museum

존 아널드가 작고한 후 브레게는 직접 발명한 초기 투르비용을 아널드의 초창기 크로노미터 회중시계에 장착해 존 로저에게 선물했고, 이 특별한 시계는 현재 대영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존 로저도 1820년 열쇠 없는 감기 장치, 1821년 U자형 밸런스 특허 등을 기록하며 눈부신 업적을 남겼다. 하지만 1843년 아널드 앤 선은 다른 회사로 넘어가면서 그 명맥이 끊어지고 말았다.

아널드 앤 선의 부활

↑아널드 앤 선의 매뉴팩처.

↑아널드 앤 선 매뉴팩처의 메티에 다르 메이킹 과정.

아널드 앤 선의 역사는 1995년 스위스 라쇼드퐁에 터를 잡은 스위스 시계 그룹인 브리티시 마스터스가 다시 이어갔다. 조지 그레이엄(George Graham), 토머스 톰피언(Thomas Tompion)과 더불어 존 아널드까지 17세기 영국의 위대한 시계제작자 이름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획득한 이 회사는 특히 정확성을 목표로 한 시계들을 소개했다. 2010년부터는 통합 설비를 갖춘 매뉴팩처를 건립해 초기 ETA 변형 무브먼트 탑재를 벗어나 인하우스 무브먼트 제작을 본격화했다.

↑2015년 선보인 인스트루먼트 컬렉션의 'DSTB' 워치.

↑2018년 공개한 여성 모델 '네뷸러 레이디'.

↑'네뷸러 레이디'의 칼리버.

브리티시 마스터스는 2012년에 일본 시티즌 그룹에 무브먼트 제조사 ‘라 주 페레(La Joux-Perret)’와 부품 업체 ‘프로토텍(Prototec)’, 아널드 앤 선을 넘겼고, 시티즌 그룹은 4년 뒤인 2016년 알피나, 아틀리에 드 모나코, 프레데릭 콘스탄트도 추가로 흡수하며 규모를 확장했다. 현재 아널드 앤 선의 시계 컬렉션은 크게 전통과 혁신을 결합한 영국 시계 제조의 역사를 잇는 ‘로열(Royal)’과 정밀 시계 제조의 계보를 계승하고 있는 ‘인스트루먼트(Instrument)’의 2가지 라인으로 나누어 생산되고 있다. 시계 이름은 점핑 세컨즈 기능을 담아 트루 비트(True Beat)라는 이름을 붙인 ‘TB’, 영국적(True to English)이라는 의미의 ‘TES’, 존 아널드의 초기 회중시계에 새긴 번호에서 가져온 ‘88’ 등의 의미를 담고 있다.

↑올해 새롭게 공개한 '글로브트로터'.

↑No. 36을 재해석한 '투르비용 크로노 No. 36' 한정판(2018).

아널드 앤 선은 구조와 기술면에서 뛰어난 시계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탐험가나 군함 등 영국 역사와 관련 있는 장면들을 에나멜 페인팅, 조각 등으로 풀어낸 메티에 다르 컬렉션도 주목할 만하다. 2016년 소더비 영국 지점에서 열린 영국 시계 기념 2부 경매에서 1781년 존 아널드가 제작한 23/78 크로노미터 시계가 추정가 13만 파운드(한화 약 1억 9000만 원)의 4배에 달하는 55만 7000파운드(한화 약 8억 원)에 낙찰되면서 관심을 모은 아널드 앤 선은 2018년 입체적인 지구본으로 월드 타임을 표시하는 ‘글로브트로터’, 2017년 소개한 스켈레톤 시계의 여성 모델 ‘네뷸러 레이디’를 내놨다. 지난해에는 1778년 이래 전설적인 정밀 시계로 여겨지는 No.36을 재해석한 ‘투르비용 크로노 No.36’을 28개 한정판으로 내놓은 데 이어 2018년 ‘트리뷰트’ 에디션을 레드 골드와 스틸 모델로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