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LWORLD 2018 TREND REPORT

전 세계의 시계와 주얼리 산업에서 중심적인 기준이 되고 있는 바젤월드가 지난 3월 27일 막을 내렸다. 여전히 세계 최고의 규모를 자랑하지만 참여 브랜드와 전시 공간 그리고 기간이 줄어들면서 이번 바젤월드는 확실히 최근 10년과 다른 분위기였다. 바젤월드 2018의 이모저모와 2018년 시계 트렌드를 7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바젤월드 2018 전시장 입구.

01 THE RUMOR OF BASELWORLD

↑바젤월드 2018 외부 전경.

징크스였을까? 지난해 성대하게 100주년을 기념했던 바젤월드의 분위기가 올해는 완전히 달라졌다. 박람회 전부터 참가 업체 수가 전년에 비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바젤월드의 존립에 대한 온갖 소문이 실로 무성했다. 실제로 올해 바젤월드에는 650개 업체만 참가했다. 지난해 1300여 개 브랜드가 참가한 상황과 비교해보면 절반이 줄어들었고, 그 전년과 비교하면 2년 사이에 850개의 업체가 바젤월드를 떠난 것이다.

↑BASELWORLD IN NUMBERS

참가 업체가 줄면서 전시 공간도 3분의 1 정도 축소되었다. 때문에 메인 홀인 홀 1의 3층(홀 1.2)을 포함해 많은 공간이 폐쇄되었다. 바젤월드 주최측은 박람회가 끝나자마자 성과를 정리해서 프레스들에게 공개하는데, 올해는 이례적으로 그 수를 발표하지 않았다. 단지 ‘방문객은 지난해와 거의 비슷했다’라고 말할 뿐이었다. 저널리스트나 프레스, 바이어 그리고 관람객 등 순수 방문객의 수는 지난해와 비슷했지만 업체 관계자들이 수천 명 이상 바젤에 오지 않아 박람회장과 바젤 시내는 예전보다 한적한 모습이었다. 바젤월드 기간이 되면 평소보다 적게는 3배, 많게는 5배 이상 호텔의 객실료가 올라갈 뿐만 아니라 빈방을 구하는 일도 하늘의 별 따기였는데 올해는 박람회 기간에도 많은 호텔의 객실에 공실이 있었을 정도였다.

↑바젤월드 2018 오프닝.

심지어 바젤월드를 찾은 시계 업계 관계자들을 포함해 바젤의 택시 기사들까지 박람회에 관한 온갖 루머를 퍼날랐다. 미국의 시계 전문 온라인 매체인 호딘키는 “택시 드라이버가 저널리스트보다 낫다”라는 말까지 언급하며 바젤월드 기간 동안 떠도는 소문과 바젤월드의 미래에 관한 특집 기사를 실었다. 가장 널리 알려진 소문 중 하나는 바젤월드가 2019년까지만 개최하고, 그 후에는 미래가 불분명하다는 것이었다. 바젤월드가 열리는 메세 바젤과 전시회 주최측인 MCH 그룹의 계약이 내년까지로 확정되어 있기 때문에 생겨난 이 소문에 대해 주최측은 “2019년 3월 21부터 26일까지 바젤월드를 개최합니다”라고 말할 뿐이었다. MCH 그룹의 CEO인 르네 캄은 “우리는 650개 브랜드가 참여한 지금의 바젤월드 규모가 최적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하며 내년에도 올해처럼 650개 브랜드가 유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02 UNCERTAIN FUTURE

↑바젤월드 전시장 홀 1.0 전경.

바젤월드를 대표하는 브랜드인 롤렉스와 파텍 필립, 쇼파드, 스와치 그룹, LVMH 그룹을 포함해 홀 1.0의 거의 모든 업체가 내년까지 계속해서 참가할 것을 약속했다. 이에 대해 MCH 그룹은 전시 업체에 임대 비용의 10%를 절감할 수 있는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바로 내년 바젤월드가 열릴 때까지 메세 바젤에 전시 부스를 그대로 두어도 된다는 것이었다. 일주일 남짓의 전시를 위해 업체들은 1년의 대부분을 바젤 인근의 물류 창고에 자재들을 보관해놓았다가 전시회 기간에 다시 전시 부스를 설치하는 일을 반복한다. 그러나 올해에는 애써 지은 부스를 철거하지 않고 메세 바젤에 둘 수 있도록 주최측에서 배려한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2019년까지만 보장된 일이다. 따라서 박람회 전체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현명한 해결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바젤월드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파텍 필립 부스.

만약 롤렉스와 파텍 필립, 쇼파드, LVMH 그룹, 스와치 그룹의 빅 파이브 중 하나라도 바젤월드를 떠난다면 바젤월드의 미래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스와치 그룹의 하이에크 패밀리가 지금의 바젤월드에 불만이 많기 때문에 2019년 이후 바젤월드와 계약을 갱신하지 않을 수 있다는 소문이 바젤월드 기간 내내 돌았다. LVMH 그룹의 장 클로드 비버 회장은 SIHH가 열리는 기간에 바젤월드도 동시에 개최할 것을 주최측에 공개적으로 요청하기도 했다. 비버 회장의 요청처럼 시계 업계 관계자들이 3개월 사이에 2번이나 스위스를 찾지 않도록 같은 기간에 시계 박람회가 열린다면 바젤월드에도 분명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홀 1.0의 롤렉스 부스.

그 어느 해보다 말이 많았던 바젤월드 2018이 끝났으니 이제 주최측에서는 당면한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다. 스위스의 취리히에 본사를 둔 일간신문 「노이에 취르허 차이퉁(NZZ; Neue Zuercher Zeitung)」은 논평을 통해 시계 산업의 이익을 위해 스위스 전체가 노력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바젤월드가 지금 겪고 있는 문제는 박람회의 문제일 뿐 산업의 문제가 결코 아니다. 2017년부터 매출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고, 2018년 상반기까지 이어지는 업계의 분위기도 점점 좋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03 LIVE NEWS

↑바젤월드의 관람객.

SIHH와 마찬가지로 바젤월드 역시 디지털을 강조해 박람회가 열리기 전부터 실시간으로 소식을 전하는 ‘바젤월드 라이브 뉴스’를 내보내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올해 처음으로 시행한 바젤월드 라이브 뉴스는 페이스북 메신저, 위챗, 텔레그램과 같은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 또는 바젤월드 홈페이지를 통해 쇼, 이벤트, 신제품 및 브랜드에 대한 모든 뉴스를 사용자의 스마트폰에 직접 보내는 서비스다. 전시회 기간에는 프레스센터와 전시장 곳곳에 라이브 뉴스를 신청할 수 있는 별도의 기기를 마련해놓았고, 이를 통해 프레스 콘퍼런스부터 각종 이벤트까지 실시간으로 만날 수 있었다.

↑프레스 컨퍼런스 현장.

바젤월드 라이브 뉴스 때문인지 바젤월드 기간에만 발행하는 타블로이드 형식의 「바젤월드 데일리 뉴스」는 발행하지 않았다. 전시장 곳곳에서 나누어 주거나 프레스센터 등에 비치해놓는 「바젤월드 데일리 뉴스」는 각 브랜드의 주요 제품과 브랜드 CEO의 인터뷰 등을 간접적으로나마 접할 수 있는 중요한 매체였다. 예산 삭감에 따른 조치였는지, 바젤월드 라이브 뉴스가 인쇄물을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고 믿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이를 아쉬워하는 사람이 많았다. 때문에 전시회 주최측에서는 내년부터 「바젤월드 데일리 뉴스」의 재발행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비단 바젤월드 라이브 뉴스의 전달 방식뿐만 아니라 신제품을 보여주는 방식에서도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브랜드가 많았다. 태그호이어와 위블로, 티쏘, 구찌 등도 브랜드 부스의 전면에 대형 디지털 디스플레이를 설치했고, 브라이틀링도 이런 변화에 합류했다. 브랜드 부스의 전면에 대형 수족관을 설치하고 매년 테마에 맞는 물고기를 풀어놓았던 브라이틀링은 수족관이 있던 자리를 디스플레이 화면으로 대체했다.

04 MEGA GMT 

↑(왼쪽부터) 태그호이어 까레라 크로노그래프 GMT, 튜더 블랙 베이 GMT.

여행이나 출장을 다니는 사람에게 듀얼 타임이나 GMT 기능의 시계는 무척 유용하다. 해외의 여러 사람들과 소통하며 일을 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해외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갑자기 늘어난 것도 아니고, 지구촌이 폐쇄되었다가 갑자기 개방된 것도 아닌데 올해 바젤월드에서는 GMT 기능의 시계가 신제품으로 대거 등장했다. 롤렉스 GMT-마스터 Ⅱ를 시작으로 태그호이어와 튜더, 미도, 론진, 블랑팡 등의 많은 브랜드에서 GMT 모델을 선보였다. 뚜렷한 시계 트렌드가 존재하지 않았던 이번 바젤월드에서 누구나 바로 눈치챌 수 있을 정도로 가장 확실했던 변화가 바로 GMT 시계의 등장이었다. 

GMT 시계가 모습을 드러낸 것은 시계 업계의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증후이기도 하다. 시계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면 가격도 상승하게 마련이다. 한동안 가성비를 강조한 스리 핸즈의 기본 모델을 주로 선보인 이유 가운데 하나도 가격 경쟁력 때문이었다. 따라서 GMT나 크로노그래프 등 새로운 기능을 장착한 신제품이 많이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은 시장에 긍정적인 기운이 퍼지고 있다는 의미다.

05 STRAP

↑위블로 '빅뱅 레퍼리 2018 피파 월드컵 러시아'. 블랙 러버 스트랩과 FIFA 월드컵 엠블럼 및 참가국의 상징적 컬러를 입힌 스트랩 등 원 클릭 시스템을 적용한 스트랩을 간편하게 교체할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시계 업계에 나타난 가장 큰 트렌드 중 하나가 바로 다양한 컬러와 소재로 만든 스트랩이 등장했다는 점이다. 새로운 무브먼트나 새로운 컬렉션을 선보이기 위해서는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며, 이는 그만큼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새로운 소재와 컬러의 스트랩을 선보이는 일은 많은 투자를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최근 경기가 좋지 않았던 시계 업계에서는 다양한 컬러와 소재로 제작한 스트랩을 선보여왔다.

늘 블랙이나 브라운 등의 어두운 컬러를 주로 착용했던 소비자들은 몇 년 전부터 등장한 컬러풀한 스트랩에 매료되었고, 올해도 다양한 소재와 컬러의 스트랩이 대거 등장했다. 올해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마치 누가 더 쉽게 그리고 더 빠르게 스트랩을 교체할 수 있는지 대결이라도 하듯이 내놓은 각 브랜드들의 이지 퀵 체인지 시스템이다. 덕분에 시계 부티크의 쇼케이스는 더욱 컬러풀해졌고, 고객은 스스로 다양한 스타일의 스트랩을 선택해 언제든지 교체할 수 있게 되었다.

06 GREEN IS NEW BLUE

↑(왼쪽부터) 글라슈테 오리지날 식스티즈 애뉴얼 에디션, 쇼파드 밀레 밀리아 레이싱 컬러 에디션, 라도 트루 씬라인 네이처.

블랙과 브라운, 화이트, 그레이 등이 지배적이었던 시계 업계에서 이 색깔들 외에 유일하게 사용된 컬러로 단연 블루를 꼽을 수 있다. 블루 컬러는 최근 몇 년 동안 ‘블루는 새로운 블랙이다’라는 말을 남길 정도로 가격의 높고 낮음이나 스타일에 상관없이 널리 사용되어왔다. 그러나 등장할 당시에는 매우 파격적이었던 블루가 어느덧 클래식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고, 지금은 그 뒤를 그린 컬러가 새롭게 이어가고 있다. 

바젤월드에서도 ‘그린은 새로운 블루다’라는 제목의 뉴스레터를 내보냈을 정도로 시계 업계에서 지금 가장 인기 있는 컬러도 바로 그린이다. 라도는 케이스와 브레이슬릿을 그린 컬러 하이테크 세라믹으로 제작한 ‘라도 트루 씬라인 네이처’를 선보이며 그린 트렌드에 앞장섰고, 글라슈테 오리지날은 1960년대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하는 식스티즈 컬렉션에 그린 컬러를 적용한 모델을 소개했다. 그 밖에도 오메가와 프레드릭 콘스탄트, 세이코 등도 그린 컬러를 적용한 타임피스를 선보였다.

07 GRAVITY FREE

↑(왼쪽부터) 브레게 클래식 투르비용 엑스트라-플랫 오토매틱 5367, 제니스 데피 제로-G, 블랑팡 빌레레 플라잉 투르비용 점핑 아워 레트로그레이드 미닛.

지난해에는 천문학에 집중한 컴플리케이션이 많았다면 올해는 중력과 관련된 신제품이 많았다. 중력은 인간을 포함해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와 사물에 영향을 끼친다. 물론 시계도 예외는 아니다. 19세기 초에 아브라함 루이 브레게가 투르비용을 선보였을 때 이에 열광한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시계의 무브먼트에 작용하는 중력의 힘을 상쇄시켜 정확성을 높이는 일은 워치메이커들의 영원한 숙제였다. 올해 바젤월드에서는 투르비용을 포함해 무브먼트에 중력을 상쇄시키는 기능을 장착한 시계가 여러 점 눈에 띄었다. 특히 제니스는 과거에 함선에서 사용하던 크로노미터에서 착안한 자이로스코프 ‘중력 제어(Gravity Control)’ 장치를 적용한 ‘데피 제로-G’를 선보였다. 자이로스코프 중력 제어 장치는 시계가 어떤 위치에 놓이든 조정 장치와 밸런스 휠을 수평으로 유지하기 때문에 시계 작동 속도에 가해지는 중력의 영향을 무력화시킨다.

블랑팡은 아래 브리지까지 제거한 플라잉 투르비용을 다이얼의 12시 방향에 장착한 ‘빌레레 플라잉 투르비용 점핑 아워 레트로그레이드 미닛’을 선보였고, 브레게와 불가리는 울트라 씬 오토매틱 투르비용을 공개했다. 특히 불가리의 ‘옥토 피니시모 투르비용 오토매틱’은 두께 3.95mm로 세계에서 가장 얇은 오토매틱 투르비용 시계라는 신기록을 달성했다.

08 SEE-THROUGH

↑(왼쪽부터) 샤넬 보이프렌드 스켈레톤, 불가리 루체아 스켈레톤.

샤넬은 2016년부터 인하우스 무브먼트를 매년 선보이기 시작했고, 올해 칼리버 3을 바젤월드에서 공개했다. 여성을 위한 보이프렌드 시계에 장착된 칼리버 3의 가장 큰 특징은 스켈레톤이라는 것이다. 불가리는 올해 처음으로 여성 컬렉션에 스켈레톤 무브먼트를 적용한 ‘루체아 스켈레톤’을 선보였다. 그 밖에도 브랜드의 아이코닉한 타임피스인 그랑 세컨 스켈레톤 모델을 선보인 자케 드로 등 올해에는 유난히 시계의 내부를 드러낸 스켈레톤 모델이 많았다.

시계의 심장인 무브먼트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길 원하는 사람은 많지만 그것을 드러내는 작업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백 케이스가 아닌 다이얼 전면에 무브먼트를 드러내는 일은 더욱 그렇다. 기계식 시계에 대한 열정은 점점 더 고조되기 때문에 스켈레톤을 선보이는 브랜드가 늘었고, 이러한 현상이 여성 시계에까지 이어진 것이다. 자케 드로의 그랑 세컨 스켈레톤은 여성 모델은 아니지만, 브랜드 최초의 스켈레톤 모델이라는 점에서 특히 주목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