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NCPAIN: THE TRADITION OF INNOVATION

시계 제조사 중 가장 먼저 설립된 블랑팡의 유구한 역사는 오늘날 ‘파인 워치메이킹의 요람’으로 불리는 발레드주의 르 상티에 매뉴팩처와 르 브라쉬 매뉴팩처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곳에서는 혁신적인 신제품의 아이디어를 실현시키기 위한 각종 부품과 도구 제작은 물론 다양한 데코레이션 작업이 이루지고 있으며, 이 같은 최신 기술과 오랜 전통이 한데 어우러져 하나의 타임피스가 완성되고 있다. 지난 1월 『레뷰 데 몽트르 코리아』는 두 곳의 블랑팡 매뉴팩처를 직접 방문해 경이로운 순간들을 목격했다.

↑스위스 쥐라 산맥에 있는 발레드주 지역의 작은 마을인 르 상티에에 위치한 블랑팡 매뉴팩처.

스위스와 프랑스의 국경이 맞닿아 있는 험준한 쥐라(Jura) 산맥의 ‘주(Joux) 계곡’이라는 의미의 발레드주(Vallée de Joux) 지역은 블랑팡을 비롯해 유수의 시계 제조사들이 자리 잡고 있다. 유난히 길고 혹독한 겨울로 유명한 이곳은 이른 겨울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해 3월 이후까지도 마을 전체가 하얀 눈으로 뒤덮여 있다. 블랑팡의 매뉴팩처를 방문했던 지난 1월에도 쉬지 않고 눈이 내리고 있었다. 

↑제한 자크 블랑팡의 첫 번째 작업 공방.

블랑팡은 1735년 발레드주의 작은 마을인 빌레레(Villeret)에 첫 번째 공방을 마련하며 그 역사의 서막을 열었다. 창립자 제한 자크 블랑팡(Jehan-Jacques Blancpain)은 자신의 농가 위층에 공방을 마련해 시계를 제작하기 시작했고, 빌레레 자치제(Municipality of Villeret)의 공식 재산등록부에 브랜드 이름을 올리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시계 제조사로서의 기록을 남겼다.

발레드주의 워치메이킹 역사를 이끈 블랑팡 

발레드주 지역에는 이후 워치메이킹 산업이 크게 발달하며 많은 시계 공방이 들어섰다. 블랑팡은 19세기 빌레레의 워치메이킹 산업을 이끄는 가장 중요한 기업으로, 창립자의 아들과 손자로 대를 이어 번창해갔다. 특히 창립자의 증손자인 프레데릭 루이 블랑팡(Frédéric-Louis Blancpain)은 좀더 현대화된 생산 방식을 도입하며 시계 산업에 큰 영향을 끼쳤다. 19세기 후반에는 산업화의 진행으로 많은 공방이 문을 닫았지만, 블랑팡은 1865년 2층 건물의 새로운 공방을 짓고 수력을 이용해 계속 시계를 생산했다. 

1932년 창립자의 7대손인 프레데릭 에밀 블랑팡(Frédéric-Emile Blancpain)이 세상을 떠나며 블랑팡은 그 명맥이 끊어질 위기에 처했지만, 다음해인 1933년 에밀 블랑팡과 가장 가까웠던 직원 2명이 빌레레에서 이름을 따 회사명을 ‘라이빌(Rayville Ltd)’로 변경하고 그 정체성을 유지해 갔다. 1950 년대 말에 이르러 라이빌은 연간 10만 점 이상, 1971년 22만 점 이상의 시계를 생산했지만, 1970년대에 시계 산업에 불어온 쿼츠 파동으로 인해 다시 한 번 위기를 맞았다. 

↑100여 년된 농가를 개조한 블랑팡의 르 브라쉬 매뉴팩처.

1983 년 1 월 9 일 블랑팡은 새로운 역사의 장을 펼치게 됐다. 무브먼트 제작자인 프레데릭 피게(Frédéric Piguet)의 아들인 자크 피게(Jacques Piguet)와 당시 시계산업스위스협회(SSIH : Société Suisse pour I'lndustrie Horlogére SA)에서 근무했던 장 클로드 비버(Jean-Claude Biver)가 블랑팡을 인수한 것이다. 이들은 1984년 발레드주의 남서부에 자리한 르 브라쉬(Le Brassus)의 농가를 개조해 매뉴팩처를 마련했고, 쿼츠 무브먼트가 한참 상용화되던 흐름에 맞서 그랜드 컴플리케이션에 중점을 둔 전통 기계식 시계를 제작했다. 이후 1992년 스와치 그룹으로 인수된 블랑팡은 상당한 투자를 바탕으로 연구 및 개발 부서를 강화했고, 2002년부터 마크 하이예크(Marc A. Hayek)가 블랑팡을 이끌며 브랜드를 더욱 탄탄하게 강화시켰다. 2010년 르 브라쉬스 근처의 르 상티에(Le Sentier)에 위치한 무브먼트 제조사 프레데릭 피게 SA를 인수한 블랑팡은 완벽한 설비와 뛰어난 실력의 워치메이커 및 장인을 두루 보유한 전통 있는 브랜드의 재건에 성공했다.

과거와 현대의 극적인 조우, 르 상티에 매뉴팩처 

↑블랑팡의 르 상티에 매뉴팩처.

블랑팡은 미닛 리피터, 카루셀 등의 고급 컴플리케이션 기술과 메티에 다르 타임피스를 위한 전통 공예 기술을 동시에 보유한 몇 안 되는 매뉴팩처 중 하나다. 현재 블랑팡 타임피스는 두 곳의 매뉴팩처인 르 상티에와 르 브라쉬에서 일하는 약 700명의 워치메이커와 장인에 의해 제품 구상 및 제작, 데코레이션 등 전 과정이 이뤄지고 있다. 

↑르 상티에 매뉴팩처의 무브먼트 제조 공장.

2010년 고급 무브먼트 전문 회사인 프레데릭 피게 SA를 합병하며 완벽한 수직 생산 시스템을 구축한 르 상티에 매뉴팩처에서는 R&D 팀을 비롯한 수백 명의 직원들이 블랑팡 타임피스의 개발, 제작, 테스트 등을 담당하고 있다. 엔지니어들은 워치메이커가 제시하는 세부 사항과 그들이 마주하는 난관에 대한 기술적 해결책을 제시하며 워치메이커들을 다양한 측면에서 돕는다. 이들은 커스텀 도구 제작부터 무브먼트 부품의 조정, 기기 작동, 로터 제작 등 오랜 노하우를 요구하는 작업들을 수행한다. 특히 블랑팡은 하나의 새로운 메커니즘을 구현할 때마다 그에 맞는 무브먼트의 작은 부품을 비롯해 이에 적합한 도구까지 직접 제작하고 있다. 이 도구들을 다른 업체에 별도로 판매하지 않으며, 제품 수리를 위해 그동안 사용한 도구 전체를 보관하며 관리한다. 

혁신을 원동력으로 나아가는 블랑팡의 중추신경과도 같은 R&D 부서에서는 르상티에 매뉴팩처에서 열정적인 토론과 논의를 통해 새로운 무브먼트를 고안한다. 이들은 현대적인 CADD 소프트웨어 등 최신 기술을 그동안의 노하우에 접목시켜 한층 도전적인 발명품을 완성해나간다. 또한 케이스, 다이얼, 브레이슬릿에 각각 중점을 둔 전문가를 두고 이들과 함께 혁신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

전통으로의 회귀, 르 브라쉬 매뉴팩처 

↑목가적인 분위기의 르 브라쉬 매뉴팩처.

↑르 브라쉬 매뉴팩처의 내부.

↑르 브라쉬 매뉴팩처에서 컴플리케이션을 제작하는 마스터 워치메이커.

100년 가까이 농장으로 쓰이던 건물을 개조한 르 브라쉬 매뉴팩처는 외관에서는 물론 내부에서도 목가적인 분위기가 느껴진다. 아틀리에 안의 커다란 창문으로는 햇빛이 쏟아져 들어오며 숲과 목초지, 르 브라쉬의 농가 풍경이 펼쳐진다. 이런 평화로운 환경은 뛰어난 집중력을 발휘해 완벽을 추구하는 워치메이커와 장인들에게 최상의 조건을 제공한다. 현대적인 생산 라인을 갖추지 않은 이곳은 따뜻한 느낌을 주는 체리 우드 목재로 만들어진 작업대가 배치되어 있다. 

↑하나의 작은 부품을 피니싱하기 위해서는 워치메이커의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

↑미닛 리피터의 공(Gong)을 조립하는 과정.

블랑팡 시계의 탁월함은 기술력과 정확성으로 대변되곤 하지만, 파인 워치메이킹의 또 다른 증표라 할 수 있는 피니싱에서도 오랜 세월에 거쳐 계승되어온 노하우가 잘 나타난다. 르 브라쉬의 장인들은 돌, 파일, 연마기, 사포 등의 전통적인 도구를 사용해 일일이 손으로 피니싱 작업을 완성하며,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이를 적용한다. 한 예로 미닛 리피터 칼리버 332의 70가지 구성 요소를 피니싱하는 데에만 약 한 달이 소요되는데, 이는 엄청난 인내심을 필요로 하는 과정이다. 

↑블랑팡이 되살린 카루셀과 플라잉 투르비용을 동시에 장착한 하이 컴플리케이션 워치.

↑수작업으로 이뤄지는 각 부품의 정교한 피니싱을 위해 사용되는 도구들.

↑에나멜 페인팅을 위한 색색의 에나멜 가루.

블랑팡은 하나의 무브먼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한 명이 조립하는 마스터 워치메이커를 두고 있는 몇 안 되는 시계 브랜드 중 하나다. 모든 컴플리케이션 모델은 이들 마스터 워치메이커에 의해 탄생되며, 메티에 다르의 전통공예 기술을 구현하는 장인들 역시 한 지붕 아래에서 열정을 발휘하고 있다. 

↑스위스 전통 소싸움 대회의 한 장면과 마터호른 산을 다이얼 위에 인그레이빙으로 표현한 '빌레레 메티에 다르 바쉬'.

특히 블랑팡은 정교한 인그레이빙으로 시계를 장식하는 데 탁월한 실력을 보유한 매뉴팩처다. 매해 3월 열리는 바젤월드에서 블랑팡은 생동감 넘치는 인물의 표정까지 묘사하는 인그레이빙 시연을 선보이며 자랑스러운 유산을 널리 알리기도 한다. 르 브라쉬 매뉴팩처의 마스터 인그레이버는 작은 끌과 현미경을 이용해 손으로 직접 스케치를 새긴 후, 모티프의 윤곽을 남기고 정교하게 파내는 등 입체적인 조각과 폴리싱으로 금속 위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다이얼은 물론 백 케이스와 무브먼트의 브리지, 그리고 로터 위에 때로는 신성하고 때로는 장난스러운 영감을 핸드 인그레이빙으로 완성하며, 오토마톤 미닛 리피터의 피규어들 역시 어떠한 디지털의 도움 없이 수작업만으로 완성한다. 이로 인해 자신만의 유니크 피스를 원하는 고객들은 특별한 사진이나 그림 등이 인그레이빙된 시계를 개별적으로 주문, 제작할 수 있다. 

↑세계 유네스코 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스위스의 포도밭 빈야드의 풍경을 다이얼 위에 에나멜 페인팅한 '빌레레 그랜드 데코레이션'.

그 외에도 장인의 창의성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다이얼은 그랑 푀 에나멜링, 머더 오브 펄, 탄소섬유 등 다양한 소재로 제작되며, 화려한 에나멜 페인팅과 독보적인 다마스쿠스 기법(Damascene Artistry) 등 고도의 미적 데커레이션 기법으로 탄생된다.





RECOMMEND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