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MEGA: OLYMPIC POCKET WATCH 1932

1932년 7월 30일부터 8월 14일까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제10회 올림픽 대회가 열렸다. 이 대회의 타임키퍼였던 오메가는 폐막식이 끝나고 4일 뒤 자사의 시계가 대회에서 더없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냈다는 점을 강조했다. 당시 오메가가 제10회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대회를 위해 제공한 스플릿 세컨드 크로노그래프 시계 30점은 모든 스포츠 종목의 공식 심판들이 사용했던 유일한 시계였다.

↑올림픽 대회에서 사용된 크로노그래프 포켓 워치. 시간당 3만 6000회 진동한다.

오메가 크로노그래프는 오메가와 레마니아라는 두 브랜드가 긴밀히 협력한 결과물이었다. 1932년 당시 오메가는 SSIH 그룹에 속해 있었고, 같은 해 레마니아도 SSIH에 합류했다. 레마니아는 크로노그래프와 컴플리케이션 시계를 전문으로 제작하는 브랜드였기에 이 기회에 오메가는 컴플리케이션 시계의 유통에 관한 잠재력을 키울 수 있었다. 오메가는 이미 1898년과 1908년에 각각 2개의 크로노그래프 칼리버를 자체 제작한 바 있지만, 스포츠 경기의 시간 측정은 물론이고 자동차 속도를 크로노그래프로 계산하는 데 엄청난 투자를 해왔다. 

당시의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는 거의 1시간당 1만 8000회(때로는 그보다 적게) 진동했다. 따라서 약 5분의 1초 단위로 시간을 측정할 수 있었다. 단일 시계 회사가 한 경기의 시간 측정을 총괄하는 경우는 드물었으나, 오메가는 이미 1905년까지 스위스와 그 밖의 나라에서 16개 경기의 타임키퍼를 맡았던 이력을 가지고 있었다.

↑1932년 오메가의 올림픽 광고 캠페인.

1909년 오메가는 고든 베넷 컵(Groden Bennett Cup)의 단독 타임키퍼를 맡았다. 스위스의 취리히 근방에서 열렸던 이 대회는 전 세계에서 날아온 70여 대의 열기구가 참여하는 경기였다. 한편, 오메가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인연은 1916년 스위스 로잔에서 시작되었는데, 올림픽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의 역량이 날로 커지게 되면서 시계 산업도 5분의 1초 단위를 뛰어넘어 더 정확한 시간을 측정하기 위해 기술을 연구할 필요가 생겼다. 이에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 설계자들은 10분의 1초의 시간을 측정하기 위한 하이 비트 시계를 연구하게 되었다.

하이 비트 크로노그래프

↑오메가 크로노그래프 칼리버.

1932년 레마니아의 무브먼트 제작자였던 알프레드 멜랑(Alfred Meylan)은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크로노그래프 개발에 헌신해 마침내 시간당 3만 6000회 진동하는 무브먼트 ‘칼리버 1130’을 개발했다. 그는 촌각을 다투는 스포츠 경기에서 더 정확한 시간을 측정하기 위한 라트라팡테(Rattrapante) 시계, 즉 스플릿 세컨드 크로노그래프(Split Second Chronograph)를 제안하고자 했다. 멜랑은 칼리버의 직경이 클수록 그 사이즈에 비례해 레귤레이터 부품들의 진동률(Frequence)을 쉽게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에 그는 24 리뉴, 즉 직경 53.7mm의 무브먼트를 선택했다. 칼리버 1130에는 18개의 주얼이 들어갔고, 금으로 만든 보정용 나사(Compensation Screw)를 사용한 이중 금속의 밸런스를 탑재했으며, 담금질한 강철 소재의 브레게 태엽을 장착했다. 당시 오메가 외에 다른 브랜드들도 하이 비트 크로노그래프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손목시계의 특성에 맞춰 적당히 변화를 가하기도 했다. 이를테면, 무브먼트의 너무 빠른 마모와 윤활유 부족 등의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보다 적게 2만 8800회의 진동수로 변경하는 대안도 있었다. 오메가 칼리버 1130이 출시된 지 30여 년이 흐른 1967년에 레 파브리크 레위니(Les Fabriques Réunies)는 손목시계가 지닌 기술적인 해결책을 찾아냈고, 2년 후인 1969년 최초의 5Hz 고진동 크로노그래프 시계를 선보일 수 있는 큰 행운을 제니스에 안겨주었다. 이 일로 인해 하이 비트 무브먼트 생산을 시도한 다른 회사들은 결국 이 계획을 포기했다. 

↑1932년 오메가의 스톱 워치 장비.

레마니아가 디자인한 칼리버 1130으로 오메가는 스포츠 세계를 정복하게 되었고, 이후 스포츠 경기의 타임 키퍼를 위한 전용 부서까지 마련하게 되는 결과를 낳았다. 오메가는 시간 측정을 위한 각종 기술에 과감하게 투자했고, 그 결과 출발 시각과 도착 시각은 물론 그 기록까지 보여주는 정밀한 기술을 개발했다. 오메가의 타임 키핑 부서는 출발 5초 전을 소리로 알려주기 위한 전자 장치도 만들었다. 

오메가는 이후 1130 무브먼트를 응용해 스플릿 세컨드 스포츠용 크로노그래프 카운터에 쓰일 수 있도록 개발했고, 그 결과 알프레드 멜랑이 개발한 크로노그래프 기술은 전자 시계가 등장하기 전까지 올림픽 대회의 공식 타임키퍼로 쓰이게 되었다. 오메가의 크로노그래프는 여러 번 재생산되었는데, 골드나 플래티넘 같은 고급 소재 버전도 있다. 특히 1995년 에디션이 주목할 만하고, 2005년에는 옐로 골드, 로즈 골드, 화이트 골드 등의 고급 소재를 사용한 버전을 선보였다.

궁극적인 리에디션

2005년 올림픽의 금, 은, 동메달을 상징하는 옐로 골드, 화이트 골드, 로즈 골드를 소재로 각각 100점씩 한정 생산된 오메가의 스플릿 세컨드 무브먼트는 오메가 3889A라는 제품 번호로 등록되어 있다. 오메가는 이 포켓 워치가 약간의 차이만 제외하고 1932년 오리지널 올림픽 크로노그래프와 거의 동일하다고 밝혔다. 또한 1920년대 말에 그려진 오리지널 무브먼트의 설계도가 마이크로필름 상에서 발견되었다는 점도 상세히 설명했다.

↑오메가 올림픽 포켓 워치 1932 라트라팡테 크로노그래프.

매우 훌륭한 정확성을 자랑하는 무브먼트를 탑재한 이 크로노그래프 시계는 통합형 라트라팡테 크로노그래프(Integrated Rattrapante Chronograph) 메커니즘으로 더블 컬럼 휠이 작동을 제어한다. 또한 지름 24리뉴(53.7mm)짜리 무브먼트로 시간당 3만 6000회 진동하기 때문에 10분의 1초까지 측정할 수 있다. 

1932년에 개발했던 오리지널 시계의 모든 부품들도 흠잡을 데 없이 복원되었다. 1932년의 황금빛 플레이트와 브리지는 2005년에 다시 복원해 로듐 처리했고, 서큘러 그레이닝(Circular Graining) 방식으로 마감했으며, 코트 드 주네브(Cote de Geneve) 장식을 넣었다. 한정판으로 제작한 리에디션을 제외하고 1932년의 오리지널 버전과 그 이후 등장한 버전에는 골드 도금한 칼리버를 장착했다. 

더블 컬럼 휠 방식으로 두 크로노그래프 핸즈를 조종하고, 두 바늘은 완벽한 타이밍을 보장한다. 무브먼트를 귀에 대고 들어보면 매우 빠른 시계 소리가 들리는데, 똑딱하는 소리는 구분할 수 있지만, 두 소리가 너무 빠르게 반복되어서 두 소리가 금세 하나의 소리로 합쳐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스포츠용 버전은 대부분 크로노그래프 핸즈 중 하나가 붉은색(이 바늘이 스플릿 세컨드)이고, 다른 하나는 푸른색이다. 그러나 복원된 포켓 워치에서는 레드 핸즈 대신 각각의 케이스 소재로 제작한 핸즈로 스플릿 세컨즈를 나타낸다. 또한 다이얼의 외곽에 그려진 10분의 1초 단위 표시로 더 정확하게 시간을 측정할 수 있다. 측정된 시간의 가독성도 즉각적으로 이루어질 뿐만 아니라 시곗바늘이 다이얼 표면에 붙어 있는 것처럼 가까워서 일명 시차(視差) 오류라 불리는 가독상의 오류도 전적으로 불가능하다.
아울러 무게가 묵직해서 손에 들고 있기도 훨씬 편하다. 한때 레마니아 브랜드 이름으로 개발되었던 이 무브먼트는 오메가와 함께 영광의 시기를 맞았다. 스포츠용 버전에서는 크롬 도금한 황동 케이스를 사용하거나 미끄러짐을 방지한 무연탄 빛깔의 에나멜을 칠한 케이스를 사용했고, 다이얼에는 산화된 무광 블랙 컬러, 핸즈에는 화이트 컬러를 적용했다. 이 크로노그래프는 올림픽 대회와 오메가의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고 할 수 있다. 올림픽 대회용 버전에는 필요한 경우 여러 크로노그래프를 동시에 작동시킬 수 있는 실용적인 작동 장치가 장착된 장비를 사용해 여러 선수가 동시에 실력을 겨루는 경기의 시간을 측정할 수 있었다.

경기 선수들만큼이나 유명한 크로노그래프

↑1932년 제 10회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대회의 포켓 워치를 담은 오메가의 홍보 포스터.

1932년 오메가는 30점의 크로노그래프 시계와 워치메이커들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대회에 보냈다. 1936년에는 총 185점의 크로노그래프 시계와 함께 독일의 오메가 대표가 이끄는 타임키퍼 팀을 파견했으며, 시간당 3만 6000회 진동하는 오메가의 시계 덕분에 10분의 1초 단위로 올림픽 대회의 기록을 측정할 수 있었다.

↑경기에서 활약하는 오메가의 시간 측정 장비.

이 크로노그래프를 통해 기록을 측정해준 오메가는 올림픽 대회의 선수들만큼이나 유명해졌다. 레마니아 덕분에 오메가는 진정한 경기용 시계를 보유하게 되었던 것이다. 크로노그래프는 올림픽 대회가 개막되기 전에 정밀하게 조율되었고, 대회 내내 점검을 받았다. 크로노그래프 시계 중에서 결함이 생길 경우를 대비해 여분의 비상용 시계들도 항상 구비해놓고 있었다. 오메가가 장비뿐만 아니라 시계의 유지와 점검을 위한 기술 팀을 제공한 것도 바로 그 이유 때문이었다. 

↑오메가는 올림픽 대회를 위한 시간 측정용 도구뿐 아니라 그 도구를 유지하고 점검하기 위한 기술 팀도 함께 파견했다.

고도의 숙련된 시계 장인은 시계 소리만 듣고도 작은 오차까지 바로 알아낼 수 있을 만큼 뛰어났다. 올림픽 대회에서 어려운 점은 사용자가 작동법을 잘 모르고 시계를 고장낼 수 있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경기 기록 요원과 심판들에게 사용법을 충실히 지키도록 설명해야 했는데, 특히 크로노그래프를 반환할 때 반드시 지켜야 할 사항이 많았다. 여러 올림픽 대회에서 쓰였던 몇몇 시계들은 때때로 경기가 끝난 뒤 사라지기도 했다. 시계를 맡았던 심판에게 양도되기도 했고, 소매 시계상에게 전시용으로 보급되었다가 돌려받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따라서 시계수집가라면 오늘날에도 몇몇 오메가 올림픽 크로노그래프 시계를 찾아낼 수 있고, 이를 통해 1932년에 레마니아와 오메가가 선보인 기술적 진보를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