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업에는 끊임없는 도전이 필요하다”: 아장호의 설립자 & 시계제작자 장 마르크 비데레슈트

제네바의 독립 시계제작 회사 아장호(Agenhor)의 설립자이자 시계제작자인 장 마르크 비데레슈트가 2017년 가이아상(Le Prix Gaïa)을 수상했다. 지난 40년간 수많은 협업을 이어오며 전설과 같은 존재로 시계를 완성해온 그에게 오늘날 시계 분야의 흐름에 대해 들어봤다.

↑장 마르크 비데레슈트

MONTRES 2017년 가이아상의 ‘크래프츠맨십 & 크리에이션(Craftsmanship & Creation)’부문을 수상했다. 이 상은 어떤 의미를 가지며, 수상한 소감은 어떠한가?
Jean-Marc Wiederrecht(이하 JMW) 가이아상은 실제로 업적을 남긴 사람에게 주어지기 때문에 시계 분야의 노벨상으로 불린다. 심사 위원은 상업적 관련이 전혀 없는 과학자 등의 유명 인사들로 구성된다. 이 탐나는 상을 받게 되어 매우 놀랐고, 내가 하는 일에 깊은 자부심과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 가족과 아장호에 근무하는 동료들에게도 대단히 영광스러운 일이었다. 

↑아장호와 헤드가 함께 제작한 온리 워치 에디션.

MONTRES 아장호는 무브먼트 제작사로 시계 브랜드가 아닌데도 온리 워치를 위해 HEAD와 만든 시계가 예상가보다 훨씬 높은 3만 스위스프랑에 낙찰됐다. 시계를 탐험하기 위해 브랜드는 만들지 않는다고 했는데, 앞으로도 무브먼트 제작과 협업에만 집중할 예정인가?
JMW
자사 브랜드를 운영하며 동시에 다른 브랜드와 협업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 개인적으로는 다른 브랜드와 함께 일하는 것이 좀 더 흥미진진하다. 협업은 생각하는 것 이상의 도전이 필요하고, 훨씬 더 다양한 신제품을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사 브랜드를 운영하며 판매를 해야 하는 일은 시계 메커니즘을 고안하고 생산하는 지금의 일과 전혀 다른 분야라고 생각한다.

MONTRES 반클리프 아펠, 에르메스, 파베르제, 싱어 등 그동안 협업한 브랜드의 시계들이 거의 매해 제네바 시계 그랑프리의 후보작과 수상작에 이름을 올렸는데, 그에 관한 소견을 듣고 싶다.
JMW
협업을 통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일에 집중하다 보니 함께 작업할 브랜드와 시계를 매우 신중하게 선택한다. 수상작들은 바로 그런 선택이 낳은 훌륭한 결과라 할 수 있다.

MONTRES 협업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JMW
브랜드의 품질과 함께 일할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다.

MONTRES 반클리프 아펠, 파베르제와 협업한 시계는 아름다웠고, 에르메스의 시계는 시간을 읽는 독특한 방식을 제시했다. 시계 제작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
JMW
협업할 때에는 함께 작업하는 브랜드가 가진 DNA와 일치하는 기능, 그리고 형태를 고려해 시계를 제작한다. 새로운 무브먼트를 개발할 때에는 철저하게 기계식 시계 제작의 전통에 기반을 두고자 노력하며, 무엇보다 오랜 기간 사용한 후에도 수리가 가능하도록 만드는 데 힘쓰고 있다.

MONTRES 기계식 시계의 전통을 잇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있는가?
JMW
과거 시계제작자들의 작업을 많이 접했다. 존 해리슨이나 페르디낭 베르투, 존 아널드, 크리스티안 하위헌스 등 과학자이면서 시계제작자이기도 했던 이들에게서 큰 감동을 받았다. 특히 아브라함 루이 브레게가 제작한 정밀하고 놀라운 품질의 시계는 그의 비범한 상업 수완과 결합되어 빛을 발했다. 그들로부터 마치 바이러스에 감염되듯 하이엔드 기계식 시계 제조를 향한 열정을 전달받았고, 이 멋진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MONTRES 1978년 독립 워크숍을 마련한 지 올해 40년이 되었다.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시계 분야를 분석한다면?
JMW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이 과거로부터 배우지 않고 완성된 것에만 관심을 기울인다. 그보다는 워치메이킹의 장기적인 비전을 세우기 위해 서로 정보를 어떻게 나눌지 고민해야 한다. 산업이 급변하는 가운데 고급 시계(Haute Horlogerie)의 제조 분야는 동떨어져 있고, 오늘날 무수히 쏟아지는 신제품에서는 개성을 찾아보기 힘들다. 사람들이 왜 기계식 시계를 구입하는지 그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MONTRES 현재 두 아들이 함께 일을 하고 있다. 아들에게 자주 들려주는 교훈은 무엇인가?
JMW
항상 겸손하고, 전임자를 존경하며 영감을 받아라. 그러나 다르게 생각하는 것에 주저하지 말고 자신감을 가져라. 너 자신이 되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