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rd DUBAI WATCH WEEK

제3회를 맞아 한층 확장된 규모와 알찬 프로그램으로 진행된 두바이 워치 위크가 2017년 11월 16일부터 5일간 개최됐다. 시계 분야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의미 있는 주제의 토론과 장인 정신을 느껴볼 수 있는 마스터클래스 등 섬세한 큐레이팅이 돋보인 이번 행사의 이모저모를 소개한다.

↑지난해에 비해 한층 커진 규모와 더욱 흥미로운 프로그램으로 진행된 제3회 두바이 워치 위크.

한층 규모가 커진 행사

2015년 처음 열린 두바이 워치 위크는 중동 최대의 스위스 워치 & 주얼리 유통 업체인 아메드 세디키 앤 선(Ahmed Seddiqi & Sons LLC.)의 주최로 시작됐다. 아메드 세디키 앤 선은 1940년대부터 스위스 시계를 수집한 창립자의 열정을 물려받아 1950년대 그의 아들인 부르 두바이 수크(Bur Dubai Souk)가 단일 매장을 열며 역사를 이어왔다. 현재 3대손이 물려받은 이 가족 기업은 60여 개 시계 브랜드를 소개하는 70개 매장으로 아랍에미리트를 주요 스위스 시계 수입국으로 만든 주인공이다.

↑행사를 주관한 아메드 세디키 앤 선의 경영진들.

2017년 두바이 워치 위크는 아메드 세디키 앤 선을 중심으로 두바이 컬처(Dubai Culture & Arts Authority)와 두바이 국제경제구역(DIFC: Dubai International Finance Center)을 비롯해 스위스 고급시계재단(FHH), 제네바 시계 그랑프리 재단, 경매사 크리스티, 마세라티 자동차, 리츠칼튼 호텔, 얼마 전 출사표를 던진 디지털 큐레이션 미디어, 워치1010 등이 협력해 3번째 행사를 진행했다. 이와 함께 바쉐론 콘스탄틴과 쇼파드를 비롯한 32개의 시계 브랜드와 전 세계의 시계 전문가, 그리고 40여 명의 프레스가 초청됐다.

↑두바이 워치 위크의 등록 부스.

제2회까지 두바이 국제경제구역에 있는 갤러리, 카페 등을 빌려 소규모로 열린 행사는 어느덧 자리를 잡아 올해 그 규모를 한층 확장했다. 2018년 완공 예정의 쇼핑몰, 전시장 등이 들어설 DIFC 두바이 케이트 주변의 야외에 12개의 부스를 설치했고 2016년 두바이 몰에 나뉘어 열었던 전시도 한자리에 모았다. 덕분에 관람객은 크고 작은 부스들을 옮겨다니며 ‘전시, 포럼, 체험, 소개’라는 4가지 주제로 펼쳐진 두바이 워치 위크의 프로그램을 흥미롭게 즐길 수 있었다.

↑두바이 워치 위크의 로고가 들어간 기념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 부스.

이상과 현실을 경험하는 전시

↑철도, 해상, 항공 시계를 체험해볼 수 있는 가상현실 체험.

총 4개 부스에서 열린 전시 중 ‘시간을 말하다(Telling Time)’라는 미술 전시는 고급시계재단에서 기획한 것으로, 다양한 현대 미술가들이 시간을 표현하는 독특한 방식을 구상해 비디오나 설치 작업을 통해 선보였다. 가장 주목 받은 작품으로는 네덜란드 디자이너 마르텐 바스(Maarten Baas)의 <거리청소부의 시계(Sweeper’s Clock)>를 꼽을 수 있다. 뉴욕 모마(MOMA)를 비롯한 여러 미술관에서 이미 전시를 연 바 있는 이 작가는 이번 비디오 작품에서 극장, 야외 등에 버려진 쓰레기, 중고 가구 등으로 시침과 분침을 실시간 아날로그 방식으로 구현하는 모습을 담았다. 

이와 함께 고급시계재단은 2017년 SIHH에서 소개했던 가상현실 체험이나 시계 지식 경연 대회도 열었다. 참여자는 철도, 해상, 파일럿 시계의 기능을 VR 헤드셋과 조종기로 직접 체험해볼 수 있었고, 아이패드로 시계와 관련된 질문에 빠른 시간 안에 정확한 답변을 써내서 순위에 오르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GPHG 2017 수상작 전시.

한편 11월 8일 최종 시상식을 통해 확정된 제네바 시계 그랑프리(GPHG) 수상작의 전시도 마련됐다. 영예의 에귀유 도르를 수상한 쇼파드의 ‘L.U.C 스트라이크’를 비롯해 12개 카테고리와 혁신상의 수상작들이 자작나무로 꾸며진 전시대 위에서 빛을 발했다. 그 외에도 클래식 & 컨템퍼러리 1, 2 전시를 통해 예거 르쿨트르, 불가리, 위블로, F.P. 주른, 위르베르크 등 32개 시계 브랜드가 각 부스에서 주요 시계를 소개했고, 직접 구매 예약도 가능했다.

↑다양한 직군에 종사하는 시계 분야의 전문가들이 자신의 경험과 의견을 나누는 오를로지움 포럼. '아이콘과 클래식'을 주제로 토론을 진행 중이다.

지금 가장 중요한 주제의 토론

두바이 워치 위크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프로그램은 바로 포럼이다. 이는 2015년 ‘측시학의 예술(The Art of Horology)’, 2016년 ‘시간의 명장(Masters of Time), 2017년 ‘고전과 현대(Classic and Comtemporary)’라는 큰 주제 안에서 수집가, 제작자, 브랜드 대표, 경매사, 기자 등 다양한 직군에 종사하는 시계 전문가들이 자신의 경험과 의견을 나누는 자리다. 하나의 포럼에 4~5명의 패널이 1시간씩 토론하는데, 하루 4번씩 4일간 총 16번의 포럼이 열렸다. 주요 주제는 ‘신세대 시계제작자’, ‘아이콘과 클래식’,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남자들만의 전유물일까?’, ‘이커머스, 악재일까 호재일까?’, ‘해머 타임, 경매사의 중요성’, ‘당신의 컬렉션, 얼마나 많습니까?’ 등인데, 이는 최근 시계 업계의 경향을 잘 반영한 주제들이다. 

기계식 시계는 오랫동안 남성만의 전유물처럼 여겨져왔지만 이제는 점차 여성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두바이 워치 클럽의 멤버 역시 대부분 남자였는데, 2017년 7명 이상의 여성이 가입하며 우먼 파워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고급 시계는 곧 스위스산’이라는 공식도 점차 깨지고 있다. 젊은 시계제작자 중에는 영국의 맨 섬이나 스코틀랜드 등의 공방에서 작업하면서 SNS를 통해 고객과 활발히 소통하며 자신의 작업을 알리는 경우도 늘고 있다. 

마찬가지로 시계 브랜드의 마케팅이나 홍보도 온라인을 통한 소통에 더 집중되고 있고, 고가의 시계는 반드시 직접 보고 사야 한다는 철칙도 깨지고 있다. 이는 이커머스(전자상거래)를 통한 온라인 쇼핑이 점점 늘어나고 있기 때문인데, 이는 미국과 중국처럼 매장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나라에서 먼저 시작되고 있다. 이커머스는 경매사에도 적용된다. 과거에 경매에 직접 참가하지 못하면 대리인을 통한 전화로 낙찰을 시도했다면, 이제는 라이브 채널을 통해 경매 현장을 직접 보면서 클릭으로 주문하는 일이 가능해졌다.

이렇듯 지난 몇 년간 급성장한 시계 분야에서 빈티지 시계의 시장 역시 규모가 커지고, 낙찰가 기록도 계속해서 갱신되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에 크리스티 경매사는 두바이 워치 위크 안에 옥션 룸을 열고 강의를 진행했다. 케이스와 다이얼 제작 장인인 ‘장-피에르 아그망(Jean-Pierre Hagman)과 함께하는 케이스 제조 클래스와 ‘경매에 어떻게 참여하는가’, ‘파텍 필립 빈티지 수집하기’ 등 다양한 주제를 만날 수 있었다.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전설적인 시계 제작 경쟁』 등의 저서로 「뉴욕 타임스」의 베스트셀러 작가로 꼽힌 스테이시 퍼먼(Stacy Perman)이 20세기 초 최고의 시계수집가였던 제임스 W. 패커드와 헨리 그레이브스를 비교하는 시간도 마련됐고, 어린이들이 직접 경매에 서로의 물건을 내놓고 낙찰받는 경험을 제공하기도 했다.

↑독립 시계제작자 앙투안 프레지우소와 그의 아들인 플로리앙 프레지우소가 진행한 마스터클래스.

시계제작자로 변신하는 체험

두바이 워치 위크에서는 워치메이킹을 체험해볼 수 있는 마스터클래스를 3년째 진행하고 있다. 무브먼트를 직접 조립해보거나 다이얼에 새기는 조각이나 그림을 그려 넣는 작업을 경험해보면 시계 제작 장인들이 얼마나 집중해야 하는지, 조그만 시계가 왜 고가일 수밖에 없는지 등을 깨닫게 된다. 2017년에는 독립 시계제작자인 앙투안 프레지우소(Antoine Preziuso)와 같은 길을 걷고 있는 그의 아들 플로리앙 프레지우소(Florian Preziuso), 예거 르쿨트르에서 일한 독립 시계제작자 다비드 캉도(David Candaux)가 시계 구조와 원리를 파악하는 클래스를 진행했고, 보베의 조각가 티아고 에레스 세르지오(Tiago Aires Sergio)는 다이얼과 무브먼트에 조각도로 음각을 넣는 방법을 지도했다.

↑미니어처 페인팅 클래스.

독립 에나멜러 바네사 레시 아틀리에(Vanessa Lecci Atelier)와 한국인으로 반클리프 아펠 등에서 일하다 독립한 에나멜러 지연 한 파라(Jiyoun Han Parrat)는 미니어처 페인팅과 에나멜 장식을 넣는 과정을 가르쳤다. 그 외에 불가리와 오데마 피게, 파네라이, IWC 등의 브랜드에서도 클래스를 펼쳤는데, 특히 IWC 클래스에는 올해 82세를 넘긴 전설적인 시계제작자 쿠르트 클라우스(Kurt Claus)가 직접 참여해 감동을 안겨줬다.

↑로저드뷔 부스.

한발 앞서 만나는 2018년 신제품

IWC와 불가리, 모저앤씨 등 전시에 참여한 브랜드 가운데 일부는 약 1시간 동안 프레스와 고객을 별도로 만나는 시간을 마련해 브랜드가 걸어온 길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소개하고, 두바이 한정판과 2018년 신제품을 미리 공개하기도 했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새로운 칼리버를 탑재한 ‘오버시즈 듀얼 타임’과 ‘트래디셔널 컴플리트 캘린더 플래티넘’ 모델을 소개했다. IWC는 다이얼을 그린 컬러로 바꾼 ‘포르투기저 투르비용 핸드 와인딩’ 시계를 내놨다. 25개 한정 생산한 이 시계는 중동 지역의 일부 부티크에서만 구입할 수 있다. 제니스는 지난 9월 대대적으로 공개한 ‘데피 랩’ 시계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파리의 방돔 광장에 제니스 팝업 부티크를 오픈한 일과 제니스 르로클 본사에 게스트 하우스를 마련하며 발견한 샘물을 ‘제니스 워터’로 곧 마실 수 있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워너 브라더스와 협업한 ' 스카이랩 배트맨' 한정판을 선보인 RJ 로메인 제롬.

개성이 돋보이는 독립 워치 제작사들의 한정판도 눈길을 모았다. 모저앤씨는 다이얼의 인덱스를 없애고 시침, 분침, 투르비용만 둔 ‘인데버 투르비용 컨셉트’와 함께 ‘인데버 컨셉’의 두바이 에디션을 공개했다. 모리츠 그로스만은 갈색을 입힌 스켈레톤 무브먼트를 다이얼을 통해 드러내고 사파이어 크리스털에 프린트로 마치 깨져서 금이 간 듯한 효과를 낸 빈티지 스타일의 ‘익스트림 두바이’ 시계를 내놓았다. 우르베르크는 플로리안 귈러트(Florian Güllert)가 티타늄과 스틸 소재로 만든 케이스와 브레이슬릿 전체에 조각을 넣은 ‘UR-210 두바이’ 워치를, RJ 로메인 제롬은 워너 브라더스와 협업으로 다이얼에 배트맨의 박쥐 사인을 넣고 백 케이스에 고담 시티 지도를 넣은 ‘스카이랩 배트맨’을 75점 한정판으로 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