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NEL SPECIAL] 30년 워치메이킹 역사의 시작과 발전-1

1987년 샤넬이 시계의 세계로 첫발을 내디뎠을 때 그 누구도 샤넬이 훌륭한 시계 브랜드의 위치에 오르리라고 상상하지 못했다. 더욱이 30년이 흐른 뒤에도 여전히 기술적이고 극적인 혁신과 창조를 이루어내리라고 정녕 아무도 예견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 같은 생각을 뒤엎고 당당히 시계의 역사를 뒤흔들어놓은 샤넬 스타일의 서사시를 만나보자.

↑프리미에르 시계에 영감을 준 팔각형의 방돔 광장 형태.

오트 쿠튀르 브랜드로 시작한 샤넬이 선보인 시계 컬렉션은 30년 동안 고유의 스타일을 유지하면서 오트 오를로제리 분야까지 뻗어나갔고, 컬렉션에 따라 장인 기술과 기술적 전문 지식, 수공업적 노하우를 동원하기도 했다. 그동안 샤넬 시계가 맞서야 했던 도전 과제는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기술적 성과를 달성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방법을 추구해야 경쟁사로부터도 인정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샤넬 시계와 그 혁신이 시계의 역사에 의미 있는 발자국을 남겼다는 사실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프리미에르(Première)'부터 'J12', '마드모아젤 프리베(Mademoiselle Privé)', '보이프렌드' 그리고 남성 컬렉션'무슈(Monsieur)' 등을 포함한 샤넬 시계는 이제 시계 업계의 아이콘이 되었다. 시계를 제작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모든 시계에 샤넬이라는 브랜드의 원동력이 되어주는 코드를 계속해서 담아냈고, 이것이 시간이 흐르면서 브랜드 이미지를 보장해줄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여기에서 나아가 샤넬은 진주와 카멜리아, 별똥별, 퀼팅, 리본 등의 독특하고 개정 있는 아이콘을 시계에 적용하면서 브랜드의 환상적인 역사를 만들어갔다. 

시계의 세계에서 하이엔드 브랜드로 자리 잡으려면 매뉴팩처가 필요한데, 샤넬은 이 같은 일에 망설이지 않았다. 외주 제작을 전혀 하지 않고 처음부터 모두 스위스에 있는 샤넬의 고유한 매뉴팩처에서 자체적으로 디자인을 개발하고 제작한 것이다.

프리미에르, 샤넬 시계 역사의 제1장

↑1987년 발표된 샤넬의 첫 번째 타임피스, '프리미에르'.

샤넬 시계의 모험이 시작된 시기는 1987년 10월 최초의 샤넬 시계를 발표하면서부터였다. 샤넬은 이 시계를 통해 브랜드의 역사에 새로운 장을 열게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최초의, 첫 번째의’라는 뜻의 여성 형용사를 도입해 프리미에르라고 이름 지었다. 이 시계는 샤넬이 선보인 최초의 시계이면서 동시에 여성들을 위한 시계이자 최고 수준의 시계이기도 했다. 또한 프리미에르에는 샤넬의 기원이 된 오트 쿠튀르 분야를 암시하는 의미가 담겨 있기도 했다. 왜냐하면 오트 쿠튀르에서 지휘자 역할을 하는 여성을 프리미에르라고 부르기 때문이었다. 

디자이너들이 발휘한 기교 덕분에 프리미에르 시계에는 오트 쿠튀르부터 향수, 가죽 제품에 이르는 모든 세계가 다 담겨 있다. 정사각형은 전설적인 향수 N°5의 병과 럭셔리의 심장인 파리의 방돔 광장의 설계도에서 영감을 받았는데, 당시로서는 매우 기발하고 혁신적인 해석 방식이었다. 또한 이 시계는 남성 시계의 축소판이 아니라 전적으로 새로운 창작품이었다.

브랜드의 절대적인 시크함과 자유, 파리지앵 특유의 거만함의 화신이었던 이네스 드 라 프레상주(Inès de La Fressange)가 착용했던 샤넬 프리미에르는 시계인 동시에 패션 액세서리였다. 이는 곧 패션의 쿠튀르 정신이 기능성을 뛰어넘었다는 의미였다. 

시계라는 측면과 주얼리라는 측면에서 그 스타일은 모두 혁신적이었다. 매끄럽고 평평한 표면과 인덱스가 없는 블랙 다이얼, 가죽 끈과 체인을 매듭으로 꼬아서 제작한 시곗줄에 이르기까지 피혁과 양장, 주얼리 등 샤넬의 기존 기술들과 밀접한 연관이 있었다. 

↑스틸 소재의 '프리미에르 락 루즈'.

2012년 샤넬이 시계 분야에서 크게성장했을 때 프리미에르 탄생 25주년을 맞아 플라잉 투르비용 프리미에르가 등장했고, 덕분에 여성들도 고급 컴플리케이션 시계의 영역으로 한 걸음 다가갈 기회를 얻게 되었다. 기술력이 역동적인 상상력을 뒷받침해준 덕분에 샤넬은 같은 해 제네바 시계 그랑프리에서 여성 시계 부문을 수상했다. 오늘날 샤넬의 아이콘이 된 프리미에르는 여전히 재해석되고 있다. 붉은 가죽 끈이 감긴 스틸 소재의 시곗줄을 3회 감을 수 있는 락 앤 루즈 버전부터 카멜리아 모티프의 플라잉 투르비용을 장착한 컴플리케이션 모델 등을 구축하며 디자인과 기술적인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혁명 그 자체, J12

↑블랙 앤 화이트는 샤넬을 대표하는 컬러다.

2000년 J12의 출시는 기성 시계 업계에 커다란 지각변동을 불러일으켰다. 세라믹 케이스와 브레이슬릿으로 완성된 완전한 블랙 컬러의 이 시계가 불러온 충격과 효과는 실로 대단했다. 반짝이면서 스크래치에 강한 세라믹 소재의 J12는 여성만을 위한 것도, 남성만을 위한 것도 아니었다. 남녀 모두 착용할 수 있게 제작된 샤넬 최초의 이 스포츠 시계는 42시간 파워 리저브의 오토매틱 무브먼트를 장착했다. 순수하고 클래식한 스타일과 혁신적인 울트라 세라믹 소재, 200m 방수 기능 등을 갖춘 J12는 기존의 모든 법칙을 깼다. 게다가 그 이름을 따온 경주용 요트처럼 다른 시계들과 극적으로 차별화된 외형으로 경쟁 대상의 시계들 사이에서도 단연 돋보였다. 

J12에는 전례 없이 독특한 고유의 에너지가 있다. 샤넬은 이 시계로 하이테크 세라믹을 귀금속으로 승격시켰고, 강렬한 블랙을 고급 시계의 주도적인 컬러로 부상시켰다. J12 이후로 모든 워치 메이커들이 세라믹에서 영감을 얻었던 것이다. J12는 유선형의 디자인 덕분에 순식간에 전설적인 시계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 이제 와서 보면 마치 이 시계는 옛날부터 늘 존재해왔던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데, 그 이유는 아마도 가브리엘 샤넬이 추구한 모든 가치의 정수를 담고 있는 시계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 가치란 대담함, 혁명, 정제됨, 양성, 엘레강스, 마지막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잃지 않는 시크함이라고 할 수 있다.

샤넬의 디자이너인 자크 엘뢰(Jacques Helleu)는 시계를 디자인할 때 단 하나의 아이디어에만 집착했다. 그는 블랙이라는 컬러에 사로잡혀 무슨 일이 있어도 블랙이라는 색깔에서 빛이 새어나오도록 하고 싶어 했고, 결국 J12를 통해 세라믹으로 그 바람을 이룰 수 있었다. 지르코늄과 이트륨 이산화물 가루와 천연 광물 복합체로 이루어진 세라믹은 1000°C가 넘는 열기에 가공된다. 항해의 세계와 경주용 요트의 실루엣에 열광한 자크 엘뢰는 매끄러운 라인에 강렬하고 양성적인 시계를 원했다. 그것은 바로 흑과 백, 유광과 무광의 대조가 시선을 끄는 시계였다. 처음 등장한 순간부터 뜨거운 반향을 일으킨 J12의 성공은 오늘날까지 과감하게 모든 시도를 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2003년 샤넬은 순백의 J12를 선보였다. 이름하여 J12 블랑슈다. 이 시계로 샤넬은 가브리엘 샤넬이 그토록 좋아하던 유백색이라는 컬러를 하이엔드 시계에 데뷔시켰다. 그리고 이 컬러는 10여 년 전부터 하이엔드 워치 산업에서 결코 빠질 수 없는 색이 되었다. 

↑블랙 세라믹 소재의 'J 12 클래식'.

블랙 컬러의 'J12 누아르'만큼이나 블랑슈 버전도 큰 성공을 거둔 덕분에 새로운 시계 카테고리가 생겨났을 정도였다. 이어서 샤넬은 계속해서 혁신을 이어갔다. 단기 시리즈나 예외적인 에디션 등 다양하게 세련된 응용 작품을 선보이면서도 J12의 본질은 잃지 않았다. 그리고 계속해서 기존의 아이콘을 재해석해내고, 극히 여성적인 XS버전을 2016년에 선보였다.

↑화이트 세라믹 소재의 '마드모아젤 J12'.

J12는 단순히 시계 산업을 혁신하는 데만 그치지 않았다. 이 특색 있는 시계는 블랙, 화이트, 세라믹 등을 사용하며 또 하나의 행보를 이어갔다. 2005년부터 남성 시계에만 주로 사용하던 컴플리케이션을 도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2005년 J12 투르비용을 시작으로 2010년 ‘J12 레트로그레이드 미스테리우스(J12 Rétrograde Mystérieuse)’ 등을 선보이며 샤넬은 최고 수준의 시계 제작사로 등극할 수 있었다. 올해로 샤넬 시계의 론칭 30주년을 맞아 코코 샤넬과 그녀 특유의 실루엣(모자와 투피스)을 반영한 엉뚱하면서도 대담한 버전도 등장했다. 코코 샤넬의 뻗은 팔이 각각 시와 분을 가리키는 ‘마드모아젤 J12’는 블랙과 화이트 색상으로 출시되었고, 555대 한정 생산되었다. 샤넬만의 코드와 샤넬의 창립자를 탁월한 유머 감각와 시크함으로 승화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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