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URENT FERRIER: SLOW STEP TO THE PERFECT

정년 3년을 앞두고 파텍 필립에서 독립한 로랑 페리에는 2008년 자신의 이름을 내건 시계 브랜드를 설립했다. 단독으로 활동을 시작한 지 이제 10년이라는 세월을 목전에 두게 된 로랑 페리에는 오늘날 시계 애호가에게 특별한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창립자인 시계제작자 로랑 페리에.

로랑 페리에(Laurent Ferrier)는 어린 시절부터 시계제작자였던 할아버지와 제네바의 바쉐론 콘스탄틴 부티크 건너편에 공방을 두고 오래된 시계를 복원했던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자랐다. 호흡하는 일처럼 쉽고 자연스럽게 시계를 접했던 그는 제네바 시계학교를 졸업한 후 자연스럽게 시계제작자의 길을 택했고, 파텍 필립에서 프로토 타입의 무브먼트를 만드는 팀에 들어가 무려 37여 년간 근무했다. 

↑창립자인 시계 제작자 로랑 페리에.

시계 외에 자동차에도 뜨거운 열정을 보였던 그는 중간에 파텍 필립을 그만두고 자동차 분야로 전직했으나 다시 시계제작자로 돌아왔고, 대신 쉬는 날이면 경주용 차동차를 몰았다. 1974년부터 1981년까지 그는 르망 24시 경주에 아마추어 레이서로 7번이나 참여했는데, 1979년에는 파트너인 프랑스 사업가 프랑수아 세바냉(François Servanin)과 함께 3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그와의 인연은 계속 이어져 2008년 파텍 필립을 퇴직한 로랑 페리에는 세바냉과 협력해 2009년 마침내 자신의 이름을 건 브랜드를 설립하게 됐다. 이후 하이엔드 무브먼트 제조사로 현재 LVMH 그룹에 속한 라 파브리크 뒤 탕(La Fabrique du Temps)에서 일했던 그의 아들인 크리스티앙 페리에(Christian Ferrier)가 합류하며 로랑 페리에는 짧은 기간에 큰 관심을 받는 독립 시계제작사로 자리매김했다. 

↑2010년 발표한 로랑 페리에의 첫 번째 워치 '갈렉 클래식 더블 스파이럴'.

로랑 페리에의 시계 컬렉션
2010년 소개한 첫 번째 시계 ‘갈렛 클래식 더블 스파이럴’은 조약돌이라는 이름처럼 둥그스름한 케이스에 시, 분, 스몰 세컨즈를 배치한 심플한 다이얼이었지만 백 케이스에 반전을 숨겼다. 뒷면을 통해 니바록스 밸런스 스프링을 발명한 라인호트 슈트라우만(Reinhold Straumann)의 이름을 딴 슈트라우만 더블 밸런스 스프링을 탑재해 등시성을 높인 투르비용을 드러낸 것이다. 약 2억 원이 넘는 이 시계는 곧바로 수집가들의 큰 관심을 끌었고, 그해 제네바 시계 그랑프리에서 남성 시계 부문을 수상하면서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첫 번째 워치 '갈렛 클래식 더블 스파이럴'에 탑재된 투르비용을 갖춘 무브먼트 칼리버 FBN 916.01.

↑2011년 선보인 '갈렛 마이크로-로터'.

2011년 로랑 페리에는 투르비용 대신 골드 마이크로 로터를 넣고 가격대는 5000만 원대로 낮춘 ‘갈렛 마이크로-로터’를 선보였다. 이는 전작과 다름없이 시, 분, 초의 기본 기능을 갖췄는데, LIGA 공정으로 제작한 이스케이프 휠을 2개 넣어 에너지 전달의 효율성을 높인 듀얼 다이렉트-임펄스 이스케이프먼트를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LIGA는 전기도금과 몰딩을 의미하는 독일어의 약어로서 X-선을 이용한 리소그래프(Lithograph)로 미세 구조를 제조하는 기술이다. 

↑2014년 발표한 '갈렛 시크릿 파피옹'.

↑2015년 선보인 '갈렛 트래블러'.

↑갈렛 트레블러

그 외에도 다이얼 하단부에서 부채꼴 형태의 2개 창이 열렸다 닫혔다 하며 에나멜 페인팅장식을 보여주는 ‘갈렛 시크릿’, 2개의 창으로 세컨드 타임과 날짜를 보여주는 ‘갈렛 트래블러’, ISO3159에 기반을 둔 브장송 천문대 크로노미터 인증을 받은 새로운 투르비용을 탑재한 ‘클래식 투르비용’을 추가로 선보였다. 2014년 제네바 근처의 베르니에로 본사를 이전한 로랑 페리에는 2015년 기존 갈렛 케이스를 쿠션형으로 바꾼 ‘갈렛 스퀘어’를 소개했는데, 이 워치로 그는 다시 한 번 제네바 시계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2017년 공개한 '갈렛 클래식 더블 F'.

매해 꾸준히 신제품을 발표하고 있는 로랑 페리에는 1년 시계 생산량이 200개 정도 되는 작은 규모이기 때문에 고객과의 밀접한 소통이 가능하다. 2017년 선보인 ‘갈렛 클래식 더블 F’ 워치는 일부러 뒷면에 감췄던 투르비용을 다이얼 위로 드러냈는데, 이것이 바로 고객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 다른 회사와의 협업에도 적극적인 로랑 페리에는 미국 시카고의 월튼 스트리트에 위치한 파트너사 스위스 파인타이밍을 위해 다이얼 색과 러그 형태를 바꾼 부티크 에디션 ‘갈렛 스퀘어 월톤’, 2년마다1 번씩 열리는 자선 경매 온리 워치를 위해 올해 위르베르크와 컬래버레이션한 ‘아르팔 원’을 제작하기도 했다. 

↑학교 시계(Montre École)를 상기하며 지난해 제작한 '갈렛 마이크로-로터 몽트르 에꼴'.

현재 회사의 경영은 마케팅 및 컨설팅 전문가로 2013년 로랑 페리에에 합류한 바네사 모네스텔(Vanessa Monestel)이 CEO를 맡고 있고, 로랑 페리에는 시계 제작에만 몰두하고 있다. 고속 성장보다는 조금 느리더라도 탄탄한 성장을 바라는 로랑 페리에의 철학은 대를 이어 물려줄 수 있는 로랑 페리에의 정교하고 가치 있는 시계를 탄생시키는 원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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