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WRITER OF TIME, CHRONOGRAPH : 1 크로노그래프의 역사

기계적으로 매우 복잡한 매커니즘을 지닌 컴플리케이션 시계에서 누구나 가장 접하기 쉬운 특별한 기능은 시간의 흐름을 측정할 수 있는 크로노그래프다. 하늘과 바다, 우주를 비롯한 모든 모험에서 특히 유용한 크로노그래프는 최고급 기술력과 남성적인 외관으로 시계 애호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뿐만 아니라 인류가 새로운 세계로 나아갈 때마다 그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하며 무수한 스토리텔링을 만들어낸 시계이기도 하다. 빈티지와 가장 현대적인 진보가 공존하는 크로노그래프를 통해 시계 시장의 최신 경향을 분석해본다.


크로노그래프 기원에 관한 3가지 스토리


크로노그래프의 기원은 언제나 논쟁의 대상이다. 오늘날에는 크게 3가지로 압축하는데, 그중 가장 오래된 이야기는 바로 영국의 천재적인 시계제작자이자 천문학자였던 조지 그레이엄(George Graham,1673~1751)에 관한 것이다. 영국에서 시계 제작이 가장 활발하던 17~18세기에 런던에서 활동했던 그는 해상 크로노미터를 발명한 존 해리슨(John Harrison)을 도운 조력자이기도 하다. 오늘날에는 시계라고 하면 모두 스위스를 떠올리지만 기계식 시계의 역사는 이탈리아에서 태동해 영국과 프랑스에서 발전한 뒤 독일을 거쳐 스위스에서 꽃을 피웠다. 조지 그레이엄은 계몽주의 시대의 첫 반세기 동안 런던에서 활동하며 처음으로 시간을 세분할 수 있는 기계를 발명한 업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비록 그의 발명품이 완벽한 성공으로 기록되지는 않았지만 시대를 앞서 시간을 단위별로 더 세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크로노그래프의 개념을 인지하고 과학적 지식을 동원해 그것을 기술적으로 더욱 정밀하게 발전시키려 한 데 큰 의의가 있다.

↑ 루이 무아네의 콩퇴르 드 티에르스 회중시계

다른 전문가들은 최초의 크로노그래프를 1816년 프랑스의 시계제작자 루이 무아네(Louis Moinet, 1768~1853)가 제작한 세상에 하나뿐인 ‘콩퇴르 드 티에르스(Compteur de tierces)’ 회중시계라고 본다. 이 시계는 최근에 아주 우연히 발견됐다. 자그마치 21만 6000vph(30Hz)의 진동수로 1/16초 단위까지 측정할 수 있는 콩퇴르 드 티에르스는 이전까지 크로노그래프의 원조로 알려졌던 프랑스의 시계제작자 니콜라 리외세크(Nicolas, 1781~1866)의 크로노그래프 생산 연도인 1821년보다 5년 앞선 것이었다. 이는 19세기 초의 과학 발전 수준에 전혀 필요 없을 만큼 세밀하게 시간 단위를 측정할 수 있는 것으로 시대를 앞선 도구였다. 1848년 그는 시계 제작에 관해 20여 년간 쌓아온 지식을 상세한 그림과 함께 『시계 제조 논문(Nouveau Traite General d’Horlogerie)』이라는 2권의 저서로 남겨 후대의 시계 발전에 공헌하기도 했다.

한편 니콜라 리외세크를 크로노그래프의 발명가로 꼽는 전문가들도 있다. 그는 1821년 파리의 경마 경주에서 처음으로 ‘시간 기록 장치’를 선보였고, 다음해인 1822년 특허를 받았다. 2개의 고정된 바늘 아래 눈금이 그어진 2개의 원판이 돌아가는 이 기계는 판이 멈추면 바늘에서 잉크를 떨어뜨려 단기간에 사건이 벌어지는 시간의 길이를 표시했다. ‘시간의 기록자’라는 의미의 ‘크로노그래프’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사람도 니콜라 리외세크다.

인류의 도전을 함께한 크로노그래프

다양한 사실과 증거에도 불구하고 컴플리케이션 시계의 역사는 어떤 역사학자에 의해서도 제대로 기록된 적이 없다. 따라서 그로 인해 각 브랜드의 역사끼리 모순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아직 완벽한 사실로 인정되기까지 증명할 부분이 남아 있기도 하다. 그러나 시계의 세상에서는 역사적 진실보다 아름다운 전설을 더 가치 있게 여기기 때문에 스토리텔링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시계에 얽힌 꿈 같은 이야기가 시계 애호가들의 소유욕을 자극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 1969년 7월 21일 아폴로 11 미션


그중 무엇보다 오메가가 좋은 본보기이다. 얼마 전 스피드마스터의 탄생 60주년 기념 행사를 런던에서 연 오메가는 기자회견에서 흥미로운 스토리를 발표했다. 그동안 나사(NASA)가 머큐리 프로젝트에 필요한 정밀한 시계를 검증하기 위해 마이애미에 있는 오메가 매장에서 크로노그래프를 직접 구매했다고 알려졌었다. 하지만 오메가가 밝힌 내용에 따르면 나사의 수석 엔지니어 짐 레이건(Jim Ragan)이 미국에 있는 요원들을 통해 오메가를 포함한 여러 시계 매뉴팩처에 정식 공문을 보냈고, 여기에 총 4개의 브랜드가 응답했다고 한다. 그 결과 포켓 워치를 보낸 브랜드를 제외하고 3개 브랜드가 최종적으로 나사의 인증을 받기 위한 테스트를 거쳤고, 마지막으로 오메가의 스피드마스터가 선정되어 인류와 함께 달에 간 ‘문 워치’가 된 것이다.

어제의 영웅을 위한 시간
크로노그래프는 인류의 역사상 위대한 도전이라는 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오늘날 크로노그래프의 뛰어난 명성은 여기에서 기인한다. 또한 현존하는 모든 컴플리케이션 시계 중 가격대가 가장 무난한 것도 크로노그래프다. 특히 탁월한 실력을 발휘하는 챔피언이나 비범한 인물의 손목 위에서 활약했던 크로노그래프 시계라면 더욱 단시간에 남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


↑ 브라이틀링 내비타이머 라트라팡테


영웅들의 손목에서 역사를 만들어낸 시계 중에서 브라이틀링의 크로노그래프 ‘내비타이머’는 아주 특별하다. 내비타이머는 현존하는 크로노그래프 시계 가운데 가장 긴 역사를 자랑한다. 1884년 창립 이래로 전문 크로노그래프 브랜드로 자리잡은 브라이틀링은 시계 역사에서 크로노그래프 발전에 중대한 역할을 수행해왔다. 하늘을 정복한 역사적인 여러 순간을 함께한 브라이틀링의 크로노그래프는 제2차 세계대전에 사용된 전투기와 이후 주요 항공기에 장착됐다. 1952년 비행에 필요한 계산을 가능하게 만든 회전 슬라이드 룰을 장착한 전설적인 내비타이머가 탄생했고, 이후 1962년 내비타이머는 우주비행사 스콧 카펜터(Scott Carpenter)와 함께 궤도 비행에 성공함으로써 우주로 간 최초의 손목용 크로노그래프가 되었다.
내비타이머는 탄생한 이후로 많은 진화를 거쳤지만, 외관상으로는 언제나 거의 비슷한 모습을 유지해왔다. 지난 4월 말 영국의 한 투자 신탁에 매각돼 운영자가 바뀐 브라이틀링은 올해 브랜드 최초로 스플릿 세컨즈 기능을 보유한 새로운 내비타이머를 선보였다. 2개의 특허를 획득한 자사 무브먼트 칼리버 B03을 장착한 ‘내비타이머 라트라팡테’는 직경 45mm의 스테인리스 스틸 또는 레드 골드 케이스로 시계 애호가와 수집가를 매혹한다. 특히 브론즈 컬러 다이얼과 어우러진 레드 골드 버전은 250점 한정 생산되어 수집가들의 마음을 크게 사로잡을 전망이다.




*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