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LWORLD 2017 TREND REPORT

세계 최대의 시계 & 주얼리 박람회인 바젤월드가 지난 3월 23일부터 30일까지 스위스 바젤에서 열렸다. 올해로 100주년을 맞은 2017년 바젤월드에는 약 100개국 10만600명의 바이어와 40여 개국 4400명의 저널리스트와 기자들이 참석했다. 바젤월드 2017의 이모저모를 8개의 키워드로 정리했다.

↑바젤월드 2017 전경.

BASELWORLD IN NUMBERS
전체 바이어 수 : 10만600명 
참가 브랜드 : 약 1300개 
박람회 기간 : 8일 
스위스 브랜드 : 220개 

↑바젤월드 2017 전경.

01 100TH ANNIVERSARY 

↑1917년 열린 제 1회 무바 전시장.

바젤월드의 시작은 1917년 4월 15일부터 29일까지 스위스 바젤에서 약 2주간 열린 ‘제1회 무바: 슈바이처 무스터메세 바젤(MUBA:Schweizer Mustermesse Basel)‘이었다. 박람회에서는 스위스를 대표하는 상품들인 치즈, 옷감, 기계부품, 유제품 등과 함께 벽시계나 탁상시계 같은 비교적 크기가 큰 시계들을 소개했다. 이후 1931년 시계 & 주얼리를 위한 독립 부스를 두었고, 1973년 유러피언 시계 주얼리 쇼를 거쳐 1986년 유럽 이외의 다른 국가에도 참가가 허용되면서 세계적인 시계 & 주얼리 쇼로 발전했다. 

↑지난 3월에 열린 바젤월드 2017의 전경.

지금의 바젤월드라는 명칭은 2003년부터 부르기 시작했고, 2013년 세계적인 건축가 그룹 헤어초크 앤 드 뫼롱이 설계와 디자인을 맡아 재단장한 후 지금의 화려한 외관을 갖추게 되었다. 지난해 바젤월드에는 전 세계 100여 개국의 약 1500개 업체가 참여했으며, 박람회가 열리는 8일 동안 약 12만 명이 넘는 방문객이 찾았다. 올해에는 지난해보다 약 4% 줄어든 10만600여 명의 바이어가 찾았고, 전시 참여 업체도 1300여 개로 줄었다. 스위스프랑의 강세와 정치적•경제적인 불확실성이 겹친 복잡한 상황에 따라 최근 2년간 스위스 시계 산업은 침체기를 겪었다. 그럼에도 시계 산업은 제약 산업과 기계 제조 산업의 뒤를 이어 스위스에서 세 번째로 큰 수출 분야로 손꼽히고 있다. 

↑바젤월드 2017의 브레게 부스.

바젤월드 마지막 날인 3월 30일, 바젤월드 전시 위원회는 8일간 열리던 바젤월드 전시 기간을 내년에는 총 6일만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최근의 어려운 시장 상황으로 인해 바젤월드에 참석하지 못하는 브랜드가 늘었고, 또 8일간의 전시를 위한 비용에 부담을 느낀 브랜드들도 많았다. 이는 빅 브랜드뿐만 아니라 중소 브랜드에 더 큰 부담을 주기 때문에 주최 측에서 전시 기간을 줄이기로 결정한 것이다. 따라서 세계 최대의 시계 & 주얼리 박람회인 바젤월드는 2018년에는 3월 22일 목요일부터 27일 화요일까지 총 6일간 열릴 예정이다. 

02 CONNECTED EXHIBITION

↑태그호이어 커넥티드 모듈러 45

2017년 바젤월드에서는 커넥티드 워치를 선보인 브랜드가 더욱 많아졌다. 바젤월드가 열리기 며칠 전 몽블랑도 브랜드 최초의 스마트 워치 ‘몽블랑 서밋 컬렉션’을 론칭했고, 태그호이어도 바젤월드에 두 번째 커넥티드 워치인 ‘태그호이어 커넥티드 모듈러 45’를 공개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이번 바젤월드에서는 커넥티드 워치를 선보이는 브랜드가 많아질 거라고 예상했고 그 예상은 적중했다. 

↑엠포리오 아르마니 커넥티드 터치스크린 스마트 워치

파슬 그룹은 바젤월드 개막일인 3월 23일 오전 바젤에 위치한 브랜드 본사에 전 세계 주요 프레스 100여 명을 초대해 2017년 플랜을 발표했다. 엠포리오 아르마니, 마이클 코어스, 마크 제이콥스, DKNY 등 패션 브랜드 워치를 선보이고 있는 파슬 그룹은 2017년 14개 브랜드에 300개 이상의 커넥티드 워치를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스마트 워치 산업을 주도해온 삼성전자가 바젤월드에 단독 부스를 설치한 일도 주목할 만하다. 부스 위치도 바젤월드의 메인 전시장 중 하나인 홀 1.1에 자리해 더 관심을 끌었는데, 부스에는 지난해 11월 출시한 기어 S3와 스마트 워치 콘셉트 제품 등을 전시했다.

↑삼성 기어 S3의 프레스 콘퍼런스 현장.

그러나 바젤월드가 개막하기 하루 전에 열린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스위스 전시위원회의 위원장 프랑수아 티에보는 “스마트 워치는 시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누군가 나에게 지금 몇 시냐고 물었을 때, 배터리가 다 되어서 시간을 알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은 좋게 보이지 않는다”라고 말할 정도로 시계 업계 관계자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티에보 위원장은 또한 “전통적인 시계와 스마트 워치는 유통 구조도 다르다. 전통적인 시계는 워치메이커가 생산하고 디스트리뷰터가 유통하고, 리테일 섹터를 통해 판매하는 물건이지만, 스마트 워치는 전자제품 매장에서 판매하는 물건이다”라고 덧붙였다. 

03 ANNIVERSARY ISSUE

↑파텍 필립 아쿠아넛 20주년 에디션 5168G

1917년 시작된 바젤 전시회는 2017년 100번째 전시를 열었지만 역사적인 한 해를 기념하는 특별한 이벤트는 별도로 열지 않았다. 이에 대해 바젤월드 총괄 디렉터인 실비 리터는 “바젤월드는 무엇보다 비즈니스를 하기 위한 곳이다. 각 브랜드와 파트너들에게 아주 귀한 시간이기 때문에 주최 측에서 이벤트를 따로 준비하진 않았다“라고 말했다. 티에보 위원장 역시 “바젤월드 100주년 행사를 위해 파트너들의 중요한 행사를 방해하고 싶지 않다. 바젤월드의 본질은 새로운 모델 출시와 비즈니스를 위한 장소이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바젤월드는 별도의 100주년 기념 이벤트를 열지 않았지만 컬렉션 또는 브랜드 창립과 관련해 특별한 한 해를 맞은 각 브랜드에서는 이를 기념하는 스페셜한 에디션을 선보이며 자축했다. 파텍 필립은 아쿠아너트 20주년과 전설적인 울트라씬 오토매틱 무브먼트 칼리버 240의 40주년을 기념해 이를 장착한 다양한 타임피스를 바젤월드에서 선보였다.

↑(왼쪽부터) 오메가 씨마스터 300, 레일마스터, 스피드마스터의 1957년 모델을 복각한 기념 에디션

오메가는 ‘문워치’라고도 불리는 전설적인 스피드마스터 론칭 60주년을 맞아 특별한 패키지를 공개했다. 1957년 오메가는 스피드마스터뿐만 아니라 씨마스터 300, 레일마스터를 론칭했는데, 이 3개의 오리지널 피스를 그대로 복원해 세 모델을 동시에 구매할 수 잇는 트릴로지 프레젠테이션 박스를 단 557점만 출시한다. 

롤렉스는 1967년에 처음 제작된 전설적인 전문 다이버용 시계 오이스터 퍼페츄얼 씨-드웰러의 신제품을 직경 43mm로 더욱 커진 케이스와 칼리버 3235를 장착한 버전으로 선보였으며, 론진은 1957년 처음 출시한 플래그십 컬렉션의 60주년을 기념한 ‘론진 플래그십 헤리티지 60주년 1957-2017’을 바젤월드에서 공개했다. 이 밖에도 쇼파드는 밀레밀리아 90주년 에디션을 선보였고, 위블로는 페라리 창립 70주년을 기념한 특별 에디션을 선보이는 등 파트너의 특별한 기념일을 챙긴 브랜드도 많았다. 

↑론진 플래그십 헤리티지 60주년 1957-2017

04 REPLY 1960’s

↑태그호이어 오타비아

2017년 바젤월드에는 기존 제품을 새롭게 재해석하거나 과거 인기 제품을 부활시킨 신제품이 특히 많았다. 이는 장기화되고 있는 시계 시장의 침체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디자인부터 무브먼트까지 완전히 새로운 신제품을 선보이기 위해선 막대한 자본을 투자해야 하는데, 시장 분위기가 언제 좋아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선뜻 큰 금액을 투자할 수가 없기 때문에 신제품 론칭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고, 그에 따라 과거 인기 있었던 제품을 새롭게 선보이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바젤월드 2017의 태그호이어 부스에서 열린 오타비아 컬렉션 컨퍼런스

특히 이번 바젤월드에서는 1960년대 선보였던 제품을 새롭게 재해석한 경우가 많았다. 1970년대쿼츠 파동이 일어나기 전인 1960년대는 패션, 문화 등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시계 업계도 황금기였다. 당시 출시된 제품 중에는 지금은 전설이 된 컬렉션도 있지만 쿼츠 파동의 영향으로 지금까지 이어지지 못한 경우가 많다. 시계 브랜드에서는 아카이브에서 찾아낸 빈티지 피스를 새롭게 재해석해서 매력적인 신제품으로 재탄생시켰다. 태그호이어는 1962년 잭 호이어가 론칭한 오타비아 컬렉션을 이번 바젤월드에서 리론칭시켰고, 라도는 1960년대 라도 시계 컬렉션을 재해석한 하이퍼크롬 캡틴 쿡 시리즈를 다시 선보이며 복고의 유행을 이어갔다. 블랑팡은 1950년 말 선보였던 빈티지 피스 중 하나이자 수밀성과 관련한 인디케이터를 갖춘 피프티 패덤즈를 재해석했다.

↑블랑팡 트리뷰트 투 피프티 패덤즈 MIL-SPEC

05 RESPECT FOR ASTRONOMY

↑브레게 마린 에콰시옹 마샹 5887

지난 1월 열린 국제고급시계박람회(SIHH)에서 바쉐론 콘스탄틴은 메티에 다르 기법으로 완성한 코페르니쿠스 스페셜 에디션을 선보였다. 퍼페추얼 캘린더, 문 페이즈, 균시차, 별자리 등 천문학에서 영감을 받은 시계는 하이엔드 시계 브랜드들이 최근 가장 주력하고 있는 컴플리케이션 중 하나로 이러한 유행은 바젤월드까지 이어졌다.

↑롤렉스 첼리니 문페이즈

워치메이킹뿐만 아니라 항해와 천문학 등 폭넓은 분야에서 유서 깊은 역사를 지닌 브레게는 마린 컬렉션에 놀라운 컴플리케이션을 장착한 모델 ‘마린 에콰시옹 마샹 5887’을 선보였다.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평균태양시와 진태양시 간의 차이를 보여주는 균시차 기능을 갖추고 있는 마린 에콰시옹 마샹 5887은 퍼페추얼 캘린더와 투르비용을 함께 장착하고 있는 하이 컴플리케이션 타임피스다. 롤렉스도 첼리니 컬렉션 최초로 문 페이즈 기능을 추가한 새로운 모델을 선보였다. 특허를 받은 컴플리케이션인 문 페이즈 디스플레이를 갖추고 있는 이 시계의 문 페이즈 속 달은 운석을 사용해 특별함을 더했다.

↑자콥앤코 아스트로노미아 솔라

천문학을 향한 경의는 시계 전문 하이엔드 브랜드뿐만 아니라 주얼리 브랜드와 합리적인 가격대의 중가 브랜드 신제품으로도 이어졌다. 그라프에서 선보인 남성 컴플리케이션 모델 ‘자이로그라프’와 자콥앤코(Jacob&co)의 ‘아스트로노미아 솔라’는 다이얼 위에 우주의 행성을 입체적으로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해밀턴은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뿌리를 둔 ODC X-03을 출시했다. 정교하고 모험적인 디자인으로 목성 궤도를 따라 회전하는 3개의 서브다이얼을 탑재한 다이얼은 큐브릭 감독의 블록버스터 영화에 바치는 경의를 표현한다.

06 STRAP SHOW

↑불가리 뉴 세르펜티

2017년 바젤월드에서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스트랩이 등장했다. 불황의 여파로 매출과 성장률이 하락하자 브랜드들은 적극적으로 신제품을 출시하기보다는 기존 제품에 다양한 변주를 시도했고, 가장 손쉽게 그리고 경제적 부담 없이 변화를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스트랩이었다. 지난해 컬러풀한 패브릭 소재의 스트랩이나 소가죽 소재의 빈티지한 느낌의 스트랩이 특히 많았다면 올해에는 사용자가 직접 스트랩을 교환할 수 있는 인터체인터처블 스트랩이 주를 이루었고 여성 모델뿐만 아니라 남성 모델에도 다수 등장했다. 

↑오리스 레귤레이터 데어 마이스터타우처

스틸 브레이슬릿과 가죽 또는 나토 스트랩을 함께 구성해 제공하는 제품도 많아졌다. 1개의 시계로 2개 시계를 가진 것 같은 효과를 내는 이러한 신제품은 ‘가성비’를 중시하는 시계 애호가들에게 특히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된다.

07 NEED FOR SPEED

↑바젤월드 2017의 위블로 부스

자동차와 시계의 관계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다. F1 머신 제조사 맥라렌과 리차드 밀, 타이어 브랜드 피렐리와 로저 드뷔 등 이번 SIHH에는 유난히 자동차 관련 브랜드와 협업한 신제품이 많았다. 이런 현상은 바젤월드도 마찬가지였다. 위블로와 페라리, 제니스와 랜드로버처럼 자동차 브랜드와 협업한 신제품을 선보인 브랜드부터 빈티지 자동차 경주 대회인 밀레 밀리아 90주년 기념 타임피스를 선보인 쇼파드, 1960넌대 전설적인 드라이버의 크로노그래프 워치인 오타비아를 재탄생시킨 태그호이어 등 그 어느 때보다 레이싱과 연관된 시계가 많았다.

↑쇼파드 밀레밀리아 클래식 XL 90주년 에디션(좌), 제니스 크로노마스터 엘 프리메로 랜지로버(우)

08 LES ATELIERS and DESIGN LAB

↑ 아놀드앤선 DSTB

바젤월드 전시장은 철저하게 브랜드의 영향력과 규모, 매출 등에 따라 배치되었고 이것은 오랫동안 변화가 거의 없었다. 특히 주요 브랜드가 모두 모여 있는 홀 1의 경우에는 더욱 심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1500여 개 브랜드가 참여하던 바젤월드에 올해는 1300여 개 브랜드가 참가하면서 전시장의 배치가 조금 바뀌었다. 홀 1의 1층인 홀1.0은 거의 바뀐 게 없었지만, 홀1.1은 부쉐론, 엠포리오 아르마니 등이 나가면서 자리 이동이 불가피했다. 삼성이 바젤월드에 처음으로 참석할 수 있었던 것도 2층에 자리가 났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바젤월드 주최 측은 참가 브랜드가 줄어들면서 전시장에 여유가 생기자 이를 활용할 방안을 고심했고, 올해 처음으로 독립 시계 제작자를 위한 ‘레 아틀리에’와 신진 디자이너들을 위한 ‘디자인 랩’을 홀 1의 2층과 3층에 마련했다. 바젤월드의 전시 총괄 디렉터 실비 리터는 “레 아틀리에는 우리에게 시계 제조의 장인 정신과 예술성을 보여주는 완벽한 플랫폼을 제공할 것입니다”라고 말했고 MB&F의 CEO 막스 뷔서(Max Büsser)는 “레 아틀리에는 환상적인 개념입니다”라고 말했다. MB&F, 그라함, 아민 스톰 등 총 40여 개의 독립 시계 제조사가 레 아틀리에의 개방적인 공간에 신제품을 전시했고 대대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 MB&F의 시간을 알려주는 로봇 '셔먼'

비슷한 맥락에서 주얼리 디자이너를 위한 공간인 ‘디자인 랩’이 홀 1의 2층(홀1.1)에 마련됐다. 게오르크 슈프렝(Georg Spreng), 마르친 자렘스키(Marcin Zaremski) 같은 디자인 아이콘과 크리스티나 라스무센(Christina Rasmussen), 릴리아나 게헤이루(Liliana Guerreiro), 세타레(Setare) 같은 최신 브랜드 30개가 참여했다. 시계 산업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바젤월드를 시계 박람회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지만 주얼리 또한 바젤월드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디자인 랩은 바젤월드가 시계 및 보석 업계에서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쇼로서의 선도적인 역할을 해왔음을 재확인시켜주었다.